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중견·중소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성장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AI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중견·중소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성장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가 '85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5년도 잠정 영업실적(연결기준)'을 분석한 결과다.
◆ 매출 28조 원 돌파에도 영업이익은 되레 '뒷걸음질'
산업 전체 성적표를 살펴보면 명암이 뚜렷하다. 분석 결과, 86개 기업 전체 매출액은 28조 3356억 원으로 전년(26조 1261억 원) 대비 8.4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1조 8252억 원에 그쳐 전년(2조 947억 원)보다 13%나 급감했다. 기업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2024년 7.49%에서 2025년 1.88%로 하락하며 내실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영업외 수익 증가 등 재무적 요인으로 인해 전년(6433억 원) 대비 78.2% 급증한 1조 1464억 원을 기록했다.
첨부파일 : 2025년 제약 바이오 86개사 잠정 영업 실적.xlsx
◆ 중견 기업들, R&D 투자와 수익성 사이 '고심'
상위 10대 기업 밖에서는 성적표가 요동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년 대비 143.46% 증가한 6513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123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수익성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통 강호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제일약품은 매출이 19.62% 감소했음에도 신약 '자큐보' 등 자체 개발 품목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2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동제약 역시 매출은 7.81% 감소했으나 내실 경영으로 영업이익이 48.46% 증가했다. 반면 대원제약은 매출 6000억 원을 돌파하며 외형은 키웠으나, 원가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87.84%나 급감하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 하위권 강소기업의 반전과 중소사의 '채산성 위기'
하위권에서는 몇몇 기업들이 빛을 발했다. 오스코텍은 유한행을 통해 얀센에 기술된 '렉라자' 기술료 수입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193.58% 급증하며 영업이익(520억 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유바이오로직스 또한 백신 수출 호조에 매출(55%)과 영업이익(76.75%) 모두 성장했다. 유유제약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110억 원대의 견조한 이익 규모를 유지하며 실리를 챙겼다. 이밖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삼천당제약은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220.51%) 증가하며 체질 개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대다수 하위권 기업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조사 대상 중 매출 순위 20위권 밖의 기업들 상당수가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바이오 벤처들은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금 창출원이 마땅치 않아 자금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은 중소사들이 지닌 취약한 비용 구조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인건비와 물류비 등 고정비 성격의 판매관리비 부담이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제네릭 약가 인하로 중소 제약사는 엎친데 덮친격
가장 큰 암초는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인 정부의 제네릭(복제약) 약가인하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이 정책은 기등재 의약품의 가격을 외국 약가와 비교해 하향 조정하는 것이 뼈대다. 제네릭(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들에게 수익성 악화는 영업적자로 직결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사들의 성장은 고무적이지만, 허리층인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산업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중소사들에게 제네릭 약가인하는 사형선고와 같은 조치"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