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가 비면역 종양(Cold Tumor)이라는 면역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병용요법 찾기에 분주하다. [사진=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약바이오업계가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비면역 종양(Cold Tumor)의 장벽을 뚫기 위해 최적의 병용 파트너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병용요법 대상은 '림프독소 베타 수용체(LTBR, Lymphotoxin Beta Receptor)' 작용제다. LTBR는 면역세포와 간, 폐 등의 상피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로, 자극을 받으면 면역세포를 병원균이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신호 물질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 면역세포 불러모으는 'LTBR 작용제' 신규 타깃 부상
LTBR 작용제는 이러한 수용체의 기능을 활용해 면역세포들을 암 조직으로 직접 유도하는 기전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LTBR 작용제 후보 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7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스위스 로슈(Roche)는 지난 2024년 9월 자사의 LTBR 작용제 'RO7567132'의 1상 임상시험에 착수하며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면역세포를 활용하려는 병용요법의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인터류킨-2(IL-2)' 작용제다. 이 제제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IL-2를 활용해 암 조직을 둘러싼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면역세포 없는 '콜드 튜머' …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론 한계
업계가 이토록 병용요법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혁신적인 면역관문 억제제조차 비면역 종양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면역 종양은 종양미세환경(TME) 내에 면역세포가 거의 없는 암 유형으로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뇌암, 난소암, 췌장암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관문 억제제로 면역세포를 아무리 강화해도, 정작 세포가 암 조직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며 병용요법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 전신 독성 장벽 넘어야 … 정교한 타깃팅이 성공 열쇠
문제는 지금까지의 병용요법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IL-2'는 효과를 내기 위해 고용량 투여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혈관누출증후군(VLS) 같은 치명적인 전신 부작용을 동반하는 고질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투여 농도를 낮출 수도 없다. 용량을 낮추면 정작 면역 활성 효과가 사라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 비엠에스(BMS)는 지난 2020년 미국 드래곤플라이 테라퓨틱스(Dragonfly Therapeutics)의 'IL-12' 작용제 후보물질 'DF6002'와 자사의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 니볼루맙·Nivolumab)' 병용 임상을 시작했으나, 독성 위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2023년 개발을 중단했다.
실패의 핵심은 비면역 종양(Cold Tumor)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독자적인 면역활성 메커니즘을 찾지 못한 데 있다. 이번에 등장한 LTBR 작용제는 단순히 전투 사기(면역 활성)를 높이는 'IL-2'와 달리, 적진 앞에 전초 기지를 세워 면역세포를 집결시킨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다만 LTBR 작용제 역시 고용량 투여 시 전신 부작용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여전한 숙제다. 업계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는 한 번 반응하면 10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독보적 강점이 있다"며 "업계가 비면역 종양에서 병용요법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도 '단 한 번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