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항암제 시장의 강자 보령이 굳게 닫혀 있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 제네릭 시장의 관문을 뚫었다. 연간 400억 원 규모의 알짜 시장에 퍼스트 제네릭으로 가장 먼저 깃발을 꽂으면서 거대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보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스프라이셀의 퍼스트 제네릭인 '다사킨정' 5개 용량(20mg, 50mg, 70mg, 80mg, 100mg)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 오리지널이 보유한 세분화된 용량 라인업을 그대로 확보하며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스프라이셀은 2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계열 백혈병 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조 원대 매출을 거두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400억 원대 처방 실적을 올리고 있어 제약사들의 훌륭한 미래 먹거리로 꼽혀왔다. 주로 1세대 TKI 치료제인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에 대한 저항성이나 불내성이 있는 경우에 사용한다.
이번 다사킨정 허가로 보령은 백혈병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이미 글리벡의 제네릭 '글리마정'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리마정 치료에 내성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인 다사킨정으로 처방을 이어가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보령의 이번 다사킨정 허가 획득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지식재산권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당초 스프라이셀은 2020년 4월 만료된 물질특허를 제외하고도 2024년 3월 만료되는 용도특허와 2025년 2월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로 보호받아 왔다.
보령은 지난 2021년 가장 까다로운 결정형 특허를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해 6개월여 만에 청구 인용 심결을 받아내며 첫 번째 허들을 가뿐히 넘었다. 이후 용도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이를 중도에 취하하며 특허 전략을 수정했다. 시장 규모가 더 큰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 특허 분쟁에 집중하는 대신, 스프라이셀은 특허 존속기간이 자연 만료되는 시점을 노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스프라이셀의 3개 특허가 모두 만료돼 소멸한 상태로, 보령은 보험급여 등재 이후 곧바로 다사킨정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항암제 시장 특유의 보수적인 처방 관행을 돌파하기 위한 보령의 철저한 임상 데이터 확보 전략도 눈에 띈다. 보령은 총 3차례에 걸쳐 다사킨정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항암제 특성상 오리지널에서 제네릭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동등성 데이터를 제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이 단순히 400억 원대 시장에 선착한 것을 넘어, 1세대와 2세대 표적항암제를 아우르는 처방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인 보령이 1·2차 백혈병 치료제 라인업을 꿰차면서 항암제 명가로서 시장 지배력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