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위고비(Wegovy, 성분명 :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로 대표되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장·췌장 호르몬 신호를 복합적으로 조절하는 약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평균 체중 감소율이 15% 안팎인 현행 치료제를 넘어 20%를 상회하는 차세대 약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 연구팀과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 교수 연구팀은 세계적 비만·당뇨 전문가인 독일 보훔대학 마이클 넉(Michael A. Nauck) 박사와 함께 국제 학술지 '엔도크린 리뷰(Endocrine Reviews)'에 이런 내용을 담은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왼쪽)와 부천성모병원 손장원 교수(오른쪽)◆GLP-1 넘어 '복합 조절'로… 체중 감소 20% 시대 열린다
연구팀이 짚은 핵심 변화는 GLP-1 조절에서 이른바 '복합 조절'로의 이동이다.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등 현행 약제는 장에서 나오는 식욕 호르몬 '인크레틴'을 조절하는 원리다. 반면 차세대 신약은 여기에 GIP, 글루카곤, 아밀린, PYY 등 다른 경로를 추가해 음식 섭취는 줄이고 에너지 소비는 늘리는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논문 제1저자인 손장원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이 체중 감소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계열이 15% 안팎의 감소율로 기준선을 끌어올렸다면, 차세대 약물은 20%가 넘는 감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복용 방식이다. 주사제 위주였던 치료제가 경구용(먹는 약)으로 전환되며 환자 편의성이 대폭 강화되는 흐름도 주목했다.
◆효과 높아질수록 '근감소증' 주의… 통합적 합병증 관리 주목
논문 책임자인 임수 교수는 효과 향상에 따른 부작용 경계령을 내렸다. 현행 임상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체중 감량 중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되어 있다. 차세대 비만약 개발 전략은 장기 치료 시 이러한 근감소증 위험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오심, 구토 등 흔한 부작용은 일시적이며, 저용량부터 시작해 천천히 올리는 증량 전략으로 내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치료제의 목적은 체중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핵심이다. 대규모 연구 결과, GLP-1 계열 약제는 심부전과 같은 심장 합병증은 물론 콩팥(신장) 합병증까지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콩팥병 동반 당뇨 환자의 사망 위험을 20% 줄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당뇨병-심장-신장의 통합적 관리 가능성을 실증하는 결과다.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 개발 전략 현황]
기존의 GLP-1뿐만 아니라 GIP·글루카곤 등 다양한 경로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되고 있다.임수 교수는 "에너지 섭취와 소비를 통합 조절하는 차세대 비만약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며 "효과가 높아질수록 부작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임수 교수는 세계 비만병 진단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란셋 비만병 위원회'의 유일한 한국 의학자이자, '세마글루타이드' 동아시아 임상 3상을 총괄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 석학들과 협업해 향후 치료제 발전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