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가 지난 1일부터 미국 내 신규 의약품 제조시설의 설계 및 건설 초기 단계부터 규제당국이 참여하는 'PreCheck(프리체크)' 파일럿 프로그램의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내 제약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제조시설의 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9일 이슈브리핑을 통해 FDA가 지난 1일부터 미국 내 신규 의약품 제조시설의 설계 및 건설 초기 단계부터 규제당국이 참여하는 'PreCheck(프리체크)' 파일럿 프로그램의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 내 제조시설 구축에 통상 5~10년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설 완공 후 실사가 이루어지던 기존 방식과 달리, 설계 단계부터 FDA가 개입해 사후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구축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마티 마커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성명을 통해 "지난 35년간 제약 제조가 해외로 이전되어 왔으며, FDA는 이를 다시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대담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PreCheck는 미국 제약 제조 산업을 보다 회복력 있고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은 2단계로 운영된다. 1단계 '시설 준비 단계(Facility Readiness Phase)'에서는 가동 전 FDA와 조기 기술 협의를 진행하고 시설별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rug Master File, DMF)를 활용해 시설 특성을 사전에 검토한다. 2단계 '신청서 제출 단계(Application Submission Phase)'에서는 실사와 사전신청회의를 통해 제조 관련 쟁점을 신속히 해소하고 의약품 허가 신청 내 제조 정보 평가를 가속화한다.
참여 요건은 엄격하다. 미국 내 신규 제조시설이어야 하며, FDA 승인 이후 최소 3년간 해당 시설에서 제품 생산을 유지할 것을 의무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인 규제 혜택만 노린 일회성 시설 구축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특히 FDA는 완제의약품뿐만 아니라 원료의약품(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 API) 및 원료물질(Drug Substance) 생산 시설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산 API와 원료만을 사용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시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방침이어서,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적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 밸리에 약 35억 달러를 투자해 주사제 및 디바이스 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FDA의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 내 제약 제조 기반을 전략적으로 재편하려는 방향을 보여준다"며 "API와 원료물질까지 미국 내 구축을 유도하는 흐름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위탁개발생산(CDMO) 전략에도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