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병원에서 쓰는 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특정 질병과 사용 방법에 한해 쓰도록 정해져 있다. 이는 약의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고려해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대안이 거의 없는 중증·희귀 질환에서는 허가된 적응증과 사용 범위만으로 환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는 허가사항에 없는 용도로 약 사용을 검토하게 되고, 의료기관은 해당 약제 사용 여부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전 심사를 신청한다. 이처럼 사전 심사를 거쳐 예외로 허용하는 약을 '허가초과 약제'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9일 공개한 '허가초과 약제 사용 승인·불승인 사례(비급여의약품 기준)'에 따르면, 지난 한 해(2025년) 허가초과 비급여 약제 사용 사례는 총 19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60건(82.1%)은 의료기관이 신청한 내용 그대로 사용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35건(17.9%)은 신청 내용 가운데 일부만 승인된 부분 승인 사례였다.
승인 사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약물은 사람면역글로불린(Human Immunoglobulin) 성분 제제다. 이 약은 면역 기능 이상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 치료에 사용되지만, 장기이식 환자에게서 항체 문제가 확인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사용이 허용됐다. 예를 들어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치료(혈장교환술)를 시행하기 전이나 후에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IG)을 투여하는 방식이 허가 초과로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승인 사례로는 필그라스팀(Filgrastim) 성분의 보조 치료 약제가 있다. 이 약은 몸속 백혈구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약으로, 백혈구 감소 위험이 높은 환자뿐 아니라 급성심근경색이나 다발경화증 환자에게서도 허가 초과 사용을 승인받았다.
리툭시맙(Rituximab)은 원래 면역계 이상과 관련된 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이지만,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신경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예외적 사용이 허용됐다. 다만 여러 번 투여할 경우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여 횟수와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처럼 사용 조건이 별도로 붙는 경우를 '부분 승인'이라고 한다.
토실리주맙(Tocilizumab)은 본래 염증 반응을 억제할 때 주로 쓰는 약이다. 허가 초과 사용 사례를 보면, 치료가 어렵거나 재발한 희귀 혈액 질환 환자에게 사용이 허용됐다. 한 번만 투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추가 투여가 필요할 때는 환자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재심사를 거치는 조건이었다. 이 역시 부분 승인을 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이처럼 허가 범위를 벗어난 용도로 쓰는 약은 의학적 근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예기치 못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투여 대상과 방법, 범위의 적절성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한편,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심사된 허가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사례는 모두 2287건으로, 이 중 1482건은 승인, 805건은 부분 승인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