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제약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가 구축한 3강 체제에 휴온스와 대원제약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이번에는 CNS(중추신경계) 강자 환인제약까지 독자적인 P-CAB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환인제약은 '신규한 피롤로 피리딘 유도체 또는 이의 염 및 이를 포함하는 약학적 조성물' 발명을 특허출원해 현재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발명에는 P-CAB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공개된 출원 명세서를 살펴보면, 기존 PPI의 비가역적 결합과 달리 '가역적인 ATPase 억제를 달성할 수 있는 신규 화합물'을 개발 목표로 명시됐다. 이는 PPI와 구분되는 P-CAB 제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환인제약이 발굴한 신규한 피롤로 피리딘 유도체가 P-CAB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환인제약이 발굴한 피롤로 피리딘 유도체는 돼지 위장관 소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나노몰(nM) 단위의 낮은 농도에서도 강력한 H+/K+-ATPase 억제 능력을 보였다. 특히 100nM 미만의 농도에서 활성을 보인 A등급 화합물이 다수 확인됐는데, 이는 현재 시판 중인 제품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물질의 개발이 본격화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환인제약이 현재 위궤양 치료제 후보물질 'WIE-2303'의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만큼, 이번 특허출원 물질과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환인제약이 P-CAB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특허 만료 이슈가 맞물려 있다.
현재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제일약품의 자큐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대원제약은 유노비아로부터 도입한 'DW4421'의 3상 임상시험을 최근 시작했고, 휴온스는 독자적 발굴한 새로운 P-CAB 물질의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이러한 뜨거운 경쟁 열기를 반영하듯, P-CAB 시장 규모(유비스트 원외처방 데이터 기준)는 2020년 771억 원에서 지난해 3685억 원으로, 5년 새 5배가량 증가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처방실적 1000억 원을 훌쩍 넘기며 독주하는 가운데, 대웅제약 펙수클루와 제일약품 자큐보가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2028년 다케다제약 P-CAB 제제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거대 제네릭 시장도 열릴 예정이어서, 앞으로 국내 P-CAB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CNS 영업력과 소화기 약물의 시너지 … 종합 제약사 도약 노림수
환인제약은 그동안 CNS 약물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매출의 80%가 CNS 약물 사업에서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 분야는 처방 확대가 쉽지 않아서, 환인제약이 중견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처방이 가능한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는 그 답을 P-CAB 신약에서 찾는 모양새다.
환인제약은 이미 '라베모어정(라베프라졸+탄산수소나트륨)'과 같은 PPI 복합제를 출시하며 소화기 내과 시장에서의 경험과 영업망을 축적해왔다. 이러한 기반 위에 자체 개발한 P-CAB 신약이 더해진다면, 환인제약은 CNS를 넘어 소화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힐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P-CAB 시장이 이미 3강 체제로 굳어져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매년 급성장하고 있어 후발 주자들에게도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며 "특히 환인제약은 정신과 영역에서 막강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스트레스성 위염 등 정신과 약물과 소화기 약물의 높은 병용 처방률을 공략한다면, CNS 명가를 넘어 종합 제약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