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의 지형도가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아시아는 이제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신약 파이프라인과 특허,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의 진앙지(Epicenter)로 자리매김했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의 지형도가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아시아는 이제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신약 파이프라인과 특허,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의 진앙지(Epicenter)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관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지난 7일 발표한 《떠오르는 에피센터: 바이오제약 미래를 주도하는 아시아의 역할(The emerging epicenter: Asia's role in biopharma's future)》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 5년 만의 대역전… 글로벌 신약 성장 85%가 '아시아산'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가 글로벌 혁신 파이프라인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5년 전 28%에서 현재 43%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전통적 강자인 미국과 유럽을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특히 2024년 기준 글로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성장세의 85% 이상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으며, 그 주역으로 한국과 중국이 지목됐다.
혁신의 질적 지표인 특허 분야에서도 압도적이다. 아시아는 2024년 전 세계 생명공학 특허의 약 3분의 2(66%)를 창출했다. 이는 유럽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 기술 수출(아웃라이선스) 계약의 4분의 1 역시 아시아 기업들이 점유하며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증명했다.
◇ 한국, 차세대 모달리티 및 첨단 제조의 핵심 거점 맥킨지는 아시아 부상의 동력이 단일 국가가 아닌, 각국의 상호 보완적인 '역량 포트폴리오'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모멘텀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으며, 활발한 아웃라이선스 계약과 정부의 규제 개혁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정밀한 위탁개발제조(CDMO) 생태계는 아시아 밸류체인의 핵심 고리로 언급됐다.
주요 국가별로는 ▲중국(압도적 속도와 규모, 저비용 임상 구조) ▲일본(기초 과학 및 글로벌 상용화 거점) ▲싱가포르(초기 혁신 및 플랫폼 개발 우수성) ▲인도(비용 효율적 제조 및 신약 R&D 전환) 등이 각기 다른 강점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 "아시아와의 협력, 선택 아닌 생존 전략"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과 투자자들에게 "아시아는 더 이상 지켜봐야 할 시장이 아니라, 산업 발전의 중심 그 자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특히 미국 대비 20~50% 수준인 아시아의 저렴한 임상 비용과 풍부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 풀, 간소화된 규제 일정은 특허 절벽과 R&D 생산성 저하에 직면한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강력한 전략적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미래의 바이오 기업들은 지리적 구분이 아닌 '역량'을 중심으로 조직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신약을 발견하고 한국의 제조 역량을 활용하며, 일본의 기초 과학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이 미래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