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들 중 심장과 신장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번 연구는 현재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둘라글루타이드(제품명: 트루리시티)' 등을 모두 제치고 거둔 성과여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사형 GLP-1 작용제의 심장·신장 안전성 지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경쟁 약물들을 압도하며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과 인도 의료진을 포함한 다국적 연구팀이 수행한 것으로, 2024년 1월까지 발표된 15건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 참여한 9만여 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각 약물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과 신장 복합 결과(Renal Composite Outcomes) 예방 효과를 비교·평가했다.
연구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롯해 둘라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제품명: 삭센다), 세마글루티드, 알비글루티드(제품명: 탄제움), 엑세나티드(제품명: 바이에타), 릭시세나티드(제품명: 릭수미아) 등 현재 판매 또는 개발 중인 주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사용됐다.
연구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26%(오즈비 0.74) 낮췄으며, 치료군 간의 비교 우위를 평가하는 SUCRA(Surface Under the Cumulative Ranking Curve) 점수에서 81.5%를 기록해 분석 대상 약물 중 가장 높았다.
이는 현재 표준 치료제로 꼽히는 세마글루타이드(SUCRA 56.8%)나 둘라글루타이드(SUCRA 40.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구팀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알비글루타이드나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다른 효과적인 약물보다 임상적으로 더 유의미한 우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장 보호 효과 역시 독보적이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신장 기능 저하 또는 거대 알부민뇨 발생 위험을 32%(오즈비 0.68) 감소시켰으며, SUCRA 점수 81.33%로 역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오즈비(0.68)는 유사했으나 임상 간 결과의 이질성 등으로 인해 SUCRA 점수가 44.26%에 그쳐 순위가 밀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서 공개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AMPLITUDE-O' 연구에서 확인된 심혈관 위험 27%, 신장 질환 위험 32% 감소 효과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경쟁 약물들과의 직접적인 비교 우위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 GLP-1 계열 약물 중 유일하게 암 전이 억제 효과도 확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최근 연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앞서 공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암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까지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연구팀이 수행한 대규모 네트워크 메타분석(NMA) 연구에 따르면,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 중 유일하게 위약 대비 전이성 암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67건에 달하는 무작위 대조 시험(RCT)과 20만 7606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연구진은 14종(GLP-1 계열 약물 8종 및 SLGT-2 억제제 계열 약물 6종)의 당뇨 및 비만 치료제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전이성 암 발생 오즈비(Odds Ratio, OR)가 0.26(95% CI 0.09-0.70, p=0.010)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여할 경우 암 전이 위험이 약 74%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쟁 약물인 둘라글루타이드(OR 0.71), 세마글루타이드(OR 0.91), 티르제파타이드(OR 0.86) 등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만의 차별화된 기전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GLP-1 제제들이 단순히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고 암 전이까지 억제하는 다중 효능 약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한미약품이 추진 중인 비만 치료제 프로젝트(H.O.P)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한미약품은 국내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 절차를 통해 빠르게 품목허가를 획득해 올해 하반기 안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