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틴[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오프라벨(허가 외 적응증)은 단순한 행정 공백이 아닌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안구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베바시주맙 제제가 미국에서 3번째로 퇴짜를 맞으면서, 이 약물이 왜 수년간 오프라벨로만 사용돼 왔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구랍 31일(현지 시간), 미국 아웃룩(Outlook)의 베바시주맙 제제 '리테나바'(Lytenava, 성분명: 베바시주맙·bevacizumab) 허가 신청에 대해 보완 요청서(CRL)를 보내며 반려했다.
앞서 FDA는 지난 2023년 8월과 2025년 2월에 '리테나바'의 허가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FDA가 '리테나바'의 허가를 줄곧 반려한 가장 큰 이유는 '리테나바'가 황반변성(AMD)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실질적으로 확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웃룩은 무려 5건의 3상 임상시험으로 구성된 NORSE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AMD 환자 대상 '리테나바'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모든 시험에서 '리테나바'는 대조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AMD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FDA 역시 이러한 데이터의 신뢰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FDA는 "'리테나바'가 잘 통제된 환경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것은 인정하나 허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Substantial Evidence)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FDA와 아웃룩 측 모두 '실질적인 증거'가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임상시험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베바시주맙 제제가 그간 오프라벨 황반변성 치료제로 사용돼 온 점을 감안할 때, '리테나바'가 일반적인 신약 허가 경로만으로는 허가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FDA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베바시주맙 제제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의 활성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타깃인 VEGF는 산소 부족으로 세포가 사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인자다.
VEGF는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망막의 신생 혈관으로 노폐물이 축적되는 황반변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베바시주맙 제제는 이론적으로 황반변성 치료에 활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투약돼 왔다.
문제는 베바시주맙 제제의 원조격인 스위스 로슈(Roche)의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bevacizumab)이 VEGF의 활성을 억제해 신생 혈관을 통한 종양 조직 영양 공급을 차단하도록 개발된 항암제라는 점이다.
황반변성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VEGF 억제제는 미국 리제네론(Regeneron)의 '아일리아'(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aflibercept) 등이 별도로 허가를 받은 상태다.
황반변성 치료에서 베바시주맙 제제가 지금까지 오프라벨에 그친 이유다. 그럼에도 아웃룩 측은 항암제인 베바시주맙 제제를 공식적으로 황반변성 치료제로 전환하여 제품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베바시주맙 제제는 애초에 항암제로 설계된 약물로, FDA는 황반변성 치료에서 관찰된 효과가 기존 허가 과정에서 활용되는 100명 안팎 규모의 3상 임상이 아니라,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명확한 인과관계로 입증됐는지가 핵심 검토 지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진행한 NORSE 임상 프로그램은 FDA의 핵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건의 임상 중 3건은 환자 수 50~100명 수준의 비교적 소규모 설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테나바'가 향후 FDA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환자를 모집한 여러 건의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확증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집행위원회(EC)은 지난 2024년 5월 황반변성 치료제로 '리테나바'를 허가한 바 있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달리 임상시험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제 오프라벨 사용 사례에서 확인된 데이터도 허가 심사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