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내 주요 바이오메디컬 단지(자료=EDB Singapore 싱가포르 경제개발청)[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 진출의 핵심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항만 및 물류 인프라를 갖춘 지리적 이점과 선진 제도 및 정책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최대 250억 달러(한화 약 36조 원)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6억 명이 넘는 인구 수는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급격한 경제 성장, 구매력 지수의 상승이 의약품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보건의료 시장조사 전문업체 토워즈 헬스케어(Towards Healthcare)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은 2034년 약 850억 달러(한화 약 123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2034년 시장 전망치인 520억 달러(한화 약 76조 원)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여기서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인구 약 500만 명의 소규모 도시국가로, 의약품 단일 시장만 놓고 보면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2024년 싱가포르 의약품 시장은 약 7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로 추산된 바 있다.
동남아시아 [구글 어스]중요한 것은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역할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전역의 의약품 관련 제도 및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 기업들의 동남아 사업 전개를 잇는 허브(Hub)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이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와 같은 HSA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 의약품청(EMA)과 유사한 수준의 정책 실행 능력을 보이며 동남아 지역 내에서 선도적인 의약품 규제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의 의약품 허가 이력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변의 다른 동남아 국가 규제당국에서 레퍼런스로 활용되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나라가 미국 FDA나 유럽 EMA의 평가 자료를 참고하듯, 동남아에서는 HSA가 유사한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들어 글로벌 빅파마들도 동남아 진출의 첫 관문으로 싱가포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노바티스의 '졸레어(Xolair, 성분명 오말리주맙·omalizumab)'와 얀센의 '스텔라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ustekinumab)'는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각각 2021년 3월과 2020년 8월 싱가포르 규제청(HSA)의 허가를 받았다. 이후 '졸레어'는 2025년 9월, '스텔라라'는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식약청(BPOM)으로부터도 허가를 받는 등 동남아 진출 국가를 점차 늘리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시장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도시화와 중산층 증가로 만성질환 및 프리미엄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8%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헬스코리아뉴스에 "동남아 의약품 시장의 매력은 빠른 성장세, 높은 성장 잠재력, 외국인 투자 장려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주변 의약품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는 외국인 투자 개방, 등록 절차 간소화, 현지 임상시험 면제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외국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한국산 의약품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국내 기업들도 이에 부응해 현지 생산기지 설립 등 시장 확대 인프라 구축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