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5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정부의 비급여항목 관리급여 항목 지정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5.12.15.[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정부가 지난 9일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핵심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 항목'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의 지속적인 협의 요청과 전문가들의 의학적 의견을 무시하고, 오직 실손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여 강행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민 건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라며, 강한 유감표명과 함께 철회를 촉구했다. 물론 정부가 이번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0%다.
"법치를 무시한 관리급여 : 국민 기만과 위법의 결정체"
이날 의협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정부가 신설한 '관리급여'는 명목상 '급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하여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는 구조다. 이는 국민을 기만하고, 오직 정부의 행정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옥상옥 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급여 유형이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의협은 이를 두고 "행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선별급여로 위장해 겨우 5%만 보장하는 관리급여를 신설하는 것은 국민의 치료권 및 의사의 적정한 진료권에 대한 침해"이며, "정책 추진의 근간인 법률유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의협은 "국가 정책은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정부는 법적 권한도 없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마음대로 재단하려는 자의적 권한 행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보험부회장이 15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비급여항목 관리급여 항목 지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5."구조적 문제 외면한 의료 붕괴, 관치의료로 무책임한 통제"
의협은 "정부가 비급여 증가의 책임이 의료계에만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급여 수가의 구조적 저평가 △국민 요구에 뒤처지는 신의료기술 급여 편입 지연이라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실패가 낳은 필연적 결과"이지, 의협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협은 "구조적 원인을 해결할 의지조차 없이, 단순히 비급여를 비용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관치의료의 방식은 우리나라 의료의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당위성이 떨어져 급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 비급여인데 무조건 저가로 통제하는 기전을 도입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방법을 시장에서 강제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 전문가 판단 무시하는 불합리한 월권 행위"
의협은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헌법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와 의사가 최선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치료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적 권리는 단순히 정책적 명분으로 제한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협은 또 "이번 관리급여 지정은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판단을 철저히 무시하고, 의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의 실책은 필수의료 인력의 급격한 이탈을 부추기고, 의료체계를 왜곡시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데, 관리급여는 필수의료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분야까지 왜곡하는 풍선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은 이날 회견에서 "비급여 관리 논의는 법적 근거, 의학적 기준, 투명한 사회적 합의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 하에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며, "관리급여와 같은 기형적 제도를 억지로 도입하기보다는 예비지정제도 도입 고려 등 현행 비급여 체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의료계와 먼저 논의해야한다"고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만약 의료전문가의 이러한 의견들을 계속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등 관련 협의체에 대한 참여거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특히 "정부의 이번 관리급여 신설 조치는 법률유보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부가 관리급여의 무분별한 확대를 시도할 경우 헌법소원 제기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