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글로벌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 시장을 둘러싼 특허 전쟁이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머크(이하 MSD)가 SC 제형 변경 분야의 선두 주자인 할로자임 테라퓨틱스(Halozyme Therapeutics, 이하 할로자임)의 특허 장벽을 허물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자, 할로자임이 MSD의 파트너사인 알테오젠의 핵심 제조 공정 특허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전선을 확대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할로자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산하 특허심판원(PTAB)에 알테오젠이 보유한 미국 특허 제12,221,638호(이하 '638 특허)에 대한 당사자계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 IPR)을 청구했다.
이번 IPR 청구는 할로자임이 최근 독일 법원으로부터 키트루다SC의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낸 뒤 곧바로 취한 후속 조치다. 알테오젠의 기술적 토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MSD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받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키트루다SC)에는 정맥주사용 항체 및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용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알테오젠의 새로운 히알루로니다제 변이체 'ALT-B4' 기술이 적용됐다.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6월 MSD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알테오젠의 ALT-B4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한 바 있다.
할로자임이 무효화를 시도하는 알테오젠의 '638 특허는 ALT-B4의 생산 효율과 활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재조합 단백질 생산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 특허의 핵심은 세포 배양 온도를 37℃에서 28~34℃로 낮추는 '온도 전환(Temperature Shift)' 공정을 통해 효소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시알산화(Sialylation)를 억제하고, 효소 활성을 1만 유닛(Units/mL)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할로자임은 알테오젠의 이러한 특허 기술이 '자명성(Obviousness)'에 의해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IPR을 청구했다. 자명성은 우리나라 특허법 기준으로는 진보성 흠결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할로자임은 자사의 선행 특허인 'EP3037529(US2010143457)'와 공개된 선행 기술 문헌인 'WO2017/011598'를 근거로 들었다. EP3037529 특허는 세포 배양 온도를 35.5℃로 온도를 낮추는 공정을, WO2017/011598 문헌은 32℃로 온도를 낮추면 단백질 생산성이 2~3배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상의 기술자라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EP3037529 특허 기술을 이용하고 WO2017/011598 문헌을 통해 알려진 온도 조건(32℃)을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알테오젠이 특허 등록 과정에서 주장한 '예측하지 못한 효과'는 이미 선행 기술 문헌에 기재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알테오젠의 '638 특허 등록의 근거인 히알루로니다제 효소의 고활성(1만U/mL 이상) 데이터가 자사의 'EP3037529' 특허의 실시예(1만 7000U/mL)에 이미 명시돼 있으나, 심사관이 이를 간과해 특허가 잘못 등록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獨 가처분부터 美 IPR까지 … SC 패권 경쟁 '안갯속'
이번 IPR 청구는 단순히 알테오젠의 특허 하나를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소송전의 전략적 퍼즐 조각이다.
현재 전황은 알테오젠-MSD 연합군과 할로자임 간의 '장군멍군' 형국이다. 앞서 MSD는 키트루다SC의 안정적인 출시를 위해 할로자임의 SC제형 전환 기술 '엠다제(MDASE)' 관련 특허들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10건 이상의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을 제기하며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할로자임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 미국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MSD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서는 최근 키트루다SC의 판매 및 유통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MSD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럽 핵심 시장인 독일에서 키트루다SC를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MSD 측이 이번 가처분 결정과 관련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항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MSD는 앞서 독일 특허청에 할로자임의 엠다제에 대한 특허무효 심판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할로자임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알테오젠의 제조 공정과 관련한 '638 특허 무효화에 추가로 나서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키트루다SC의 핵심 기술 보유사인 알테오젠을 흔들어 협상력을 높이거나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28년 키트루다의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두고 '특허 절벽'을 방어하려는 MSD와 SC 제형 독점 체제를 유지하려는 할로자임, 그리고 이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직접적인 타깃이 된 알테오젠이 벌이는 법정 공방은 글로벌 SC 제형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