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기업의 연구진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근골격계·자가면역질환을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를 통해 치료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진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2025년 제1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실시계획, 3건을 심의·의결했다.
심의위원회는 재생의료기관에서 제출한 실시계획 총 8건을 심의, 이 가운데 3건은 적합, 3건은 부적합 의결했으며, 나머지 2건은 재논의하기로 했다.
적합 의결된 안건 중 첫 번째 과제는 회전근개 부분층 파열 환자를 대상으로 동종 탯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비수술적인 방법인 주사 투여하는 고위험 임상연구이다.
* '중간엽 줄기세포'란 골수, 지방, 탯줄 등 여러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 줄기세포로,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과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 '고위험 임상연구'란 : 배아 및 역분화줄기세포, 동물 유래세포, 다른 사람 유래 배양세포, 유전자 이용 연구 등이며 '중위험 임상연구는 환자 본인 유래 배양세포 이용 연구 등을 말한다. '저위험 임상연구'는 환자 본인 유래 최소조작 세포 이용 연구 등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동종 탯줄유래 중간엽줄기세포는 이전에 승인된 선행 임상연구(R-3-0013, 회전근개 대파열 및 광범위 파열 환자 대상)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대조군을 설정하고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으로 실시하여 회전근개 부분층 파열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 '이중맹검'이란, 연구자(치료제공자)와 연구대상자(환자) 모두가 어떤 처치를 받는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하는 연구 설계로, 환자의 심리적 영향, 연구자의 기대 및 판단을 배제할 수 있어 연구 결과의 객관성,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두 번째 과제는 무릎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 유래 연골세포 집합체(Minimal Injectable Unit Chondrospheroid, MIUChon)를 관절강 내 주사 투여하는 고위험 임상연구이다.
* '유도만능줄기세포'란 분화가 끝난 성인의 피부와 같은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하여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만능성을 가지도록 재프로그래밍한 줄기세포다.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생성되므로 윤리적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사용하여 생성할 수 있어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유래 연골세포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소규모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선행 임상연구(R-3-0012)의 후속연구이다.
심의위원회는 "이번에 심의를 신청한 임상연구는 선행 임상연구를 통해 단기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글로벌 기준의 안전성 관리 및 통계학적 검증을 위해 연구대상자 규모 확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군을 설정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과제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난치성 전신홍반루프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환자를 대상으로 CD19 CAR-T를 투여하는 고위험 임상연구이다.
* '전신홍반루프스(SLE)'란 인체의 면역체계가 외부 병원체를 공격하는 대신, 정상 조직을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근골격계, 소화기계, 중추신경계, 비뇨생식기계 등 대부분의 신체 계통에 영향을 준다.
* 'CD19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란 면역세포(T세포)의 수용체 부위와 B세포 표면의 특징적인 항원(CD19) 인식 부위를 융합한 유전자를 환자의 T세포에 도입한 것으로, 악성 B세포의 표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지해 공격하는 기능을 갖는 세포다.
그간 CAR-T 치료는 종양성 질환의 치료를 위하여 개발되어왔는데, 난치성 루푸스 환자 대상으로도 전임상 연구를 거쳐 CD19 CAR-T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현재 성인·소아청소년 전신홍반루프스 환자 대상으로 글로벌 CAR-T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식약처는 올해 8월 성인 전신홍반루프스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승인한 바 있다.
참고로 전신홍반루프스가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경우 중증도가 훨씬 심하고, 콩팥·중추신경계 등의 주요 장기 침범 비율이 높은데, 국내에는 아직 소아청소년 전신홍반루프스 환자가 참여 가능한 임상시험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도 전신홍반루프스의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종양성 질환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인 전신홍반루프스에서도 CAR-T 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위 3개 과제에 대해 "고위험 임상연구 신속·병합 검토를 통해 연구자의 제출자료가 타당함을 심의위원회에 통보했다"며, "절차에 따라 재생의료기관은 식약처장의 승인 통보를 받은 후 임상연구를 실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신속·병합 검토'란, 재생의료기관이 요청한 고위험 임상연구계획에 대해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식약처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는 제도다.
김우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 사무국장은 "심의위원회는 중대 질환인 암 질환부터 근골격계 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및 치료계획을 심의했다"며, "중대·희귀·난치질환자에게 안전한 첨단재생의료 접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성·유효성 및 윤리성·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