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과체중이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체중 자체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당뇨병의 숨은 주범이라는 가설이 제기되면서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지 주목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지며, 당뇨병 역시 비만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질환으로 지목된다. 체내 지방량 증가가 곧 세포 내 인슐린 신호 전달을 방해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관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체중이 증가하면 간, 근육, 지방세포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어 혈당과 혈중 지방산이 원활하게 조절되지 않는다.
예컨대 간에서는 인슐린이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지 못하고, 근육에서는 포도당 흡수가 줄어 혈당이 높아지며, 지방조직에서는 지방 분해가 과도하게 일어나 혈중 지방산이 증가하여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슐린 수용체의 신호전달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인슐린이 혈당을 충분히 낮출 수 없는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과체중은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인 럿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은 과체중임에도 개개인마다 혹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게 달라지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과식이 교감신경(SNS) 활동을 증가시켜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해당 연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대사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의 유전자를 조작해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 생성을 억제하도록 설계했다.
연구 결과, 유전자가 조작되지 않은 생쥐 그룹은 고지방 식단(HFD)을 섭취하자 혈중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빠르게 상승했고,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 지방 조직 기능 장애, 간 지방 축적 등 다양한 대사 문제들이 나타났다.
반면, 유전자가 조작된 그룹은 과식을 하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이나 지방, 간 관련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즉, 비만이라고 해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편하다면 대사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며 "당뇨병 치료 전략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 더욱 유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비만은 당뇨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염증,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과체중 상태가 100%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국제 의학저널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