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박경우·강지훈 교수 [사진=서울대병원][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에는 스텐트 혈전증과 시술부위 재발을 막기 위해서 시술 직후부터 일정기간 강력한 이중(二重) 항혈소판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서 처방하는 항혈소판제는 부작용으로 출혈을 동반할 수 있어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은 이중 항혈소판제를 얼마나 투여해야 할지 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환자들을 위한 최적의 투여 기간이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특히 기존에 적절하다고 여겨졌던 1개월보다 '3개월 유지 요법'이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가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타나, 출혈 고위험군을 위한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와 순환기내과 박경우·강지훈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병이다. 표준 치료법은 약물용출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부위를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이다. 이 시술 후에는 일생동안 한 가지의 항혈소판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데, 시술 직후부터 혈전 위험성이 높은 수개월 간 혈전증을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해서 2가지 약제를 병용하는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이 실시된다.
그러나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은 출혈 부작용을 수반하므로 환자마다 최적의 투여 기간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국제 가이드라인은 출혈 고위험군의 투여 기간을 1~3개월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권고했지만, 이 기간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출혈 고위험군은 항응고제 장기복용중, 중증-말기 신장질환, 중증 빈혈, 간경변, 최근 1년 이내에 진단된 암, 최근 6개월 이내의 뇌출혈 병력 등 '주요 특징 1개' 혹은 75세 이상 고령, 중등도 신장질환, 경증 빈혈, 스테로이드 또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장기 이용 등 '부수적 특징 2개 이상'인 환자를 가리킨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50개 기관에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를 출혈위험도에 따라 구분하고, 출혈 고위험군(1598명)을 이중 항혈소판제 1개월 또는 3개월 유지군에 무작위 배정했다. 나머지 출혈 저위험군(3299명)은 3개월 또는 12개월 유지군에 배정했다.
이후 이중 항혈소판제 투여 기간에 따라 사건 발생률을 1년간 추적했다. 심혈관사망/심근경색증/뇌경색증 등 혈전성 사건과 그 반대인 출혈성 사건을 각각 평가했다.
[그래프=서울대병원]출혈 고위험군 분석 결과, 이중 항혈소판제 3개월 유지군은 1개월 유지군과 비교해서 출혈성 사건이 의미 있게 늘지 않았다. 반면 3개월 유지군은 혈전성 사건이 의미 있게 감소했고(5.8% vs 9.8%), 이로 인해서 전체사건 발생률이 낮았다(14.0% vs 18.4%).
출혈 저위험군 분석 결과, 이중 항혈소판제 3개월 유지군은 12개월 유지군에 비해서 혈전성 사건이 늘지 않으면서, 출혈성 사건이 의미 있게 줄어들었다(7.4% vs 11.7%).
출혈 고위험군에서는 3개월 요법이 1개월보다 혈전성 사건 예방에 우월했고, 출혈 저위험군에서는 3개월 요법이 12개월보다 출혈성 사건 예방에 우월했다. 결론적으로 출혈위험도와 무관하게, 스텐트 삽입술 후 이중 항혈소판제의 가장 이상적인 투여 기간은 '3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의 출혈위험도에 따라 이중 항혈소판제 기간을 결정하는 기존 알고리즘을 최초로 검증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이전까지 출혈 고위험군은 투여 기간을 1개월 유지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최소 3개월의 치료가 필요함을 입증해 기존의 견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함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결과는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의 환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뿐 아니라, 복잡했던 치료 결정 과정을 단순화 해주었기에 진료의 일관성과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규모 코호트를 구축하는데 5년 동안 힘을 보태준 공동연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후속 분석 결과들도 차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