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사옥 [사진=보령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자체 개발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복합제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보령이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4제 복합제 시장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2년 동안 진행하던 3상 임상시험이 막바지에 들어선 것인데, 기존 시장의 '성분 공식'을 깨는 새로운 대항마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연간 200억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4제 복합제 시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보령은 최근 'BR1018' 3상 임상시험의 최종 피험자 등록을 완료했다. 약물 투여 기간이 2개월인 것을 고려할 때, 이르면 연내 3상 종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1상 임상시험도 이미 마친 상태여서, 3상을 마치고 빠르게 허가 절차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BR1018은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사르탄에 암로디핀,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를 더한 4제 복합제다. 암로디핀과 에제티미브 외에 로사르탄 또는 텔미사르탄과 로수바스타틴 조합으로 굳어진 기존 제품들과 비교할 때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4제 복합제 시장은 2021년 한미약품이 '아모잘탄엑스큐'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열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 시장은 원외처방액 규모가 2021년 23억 원에서 2023년 127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도 1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커졌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엑스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가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 뒤를 GC녹십자의 '로제텔핀', 종근당의 '누보로젯', 제일약품 '텔미칸큐'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아모잘탄엑스큐를 제외한 나머지 후발 제품은 모두 '텔미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성분 조합의 제품이다.
이와 달리 보령의 'BR1018'은 카나브의 주성분인 피마사르탄에 스타틴 계열의 또 다른 핵심 성분인 아토르바스타틴, 그리고 암로디핀과 에제티미브를 더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조합을 제시했다.
카나브에 대한 의료진의 브랜드 충성도를 BR1018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동시에 로수바스타틴과 임상적 특징과 처방 선호도가 갈리는 아토르바스타틴을 새로운 옵션으로 제공해 신규 수요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 '올메사르탄' 기반 4제 복합제 개발 중 … 성분 경쟁 본격화 조짐
보령뿐 아니라 대웅제약도 '올메사르탄'을 기반으로 한 4제 복합제 'DWJ1451'를 개발 중이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2제 복합제 '올로스타'(올메사르탄+로수바스타틴)에 기반을 둔 4제 복합제다. 올메사르탄, 로수바스타틴, 암로디핀, 에제티미브 등 4개 성분을 합친 복합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상 임상시험과 다수 1상 임상시험을 수행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이미 상용화를 위한 제반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회사의 전략과 시장 상황이 맞물리면 허가 신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의 BR1018이 3상 막바지에 돌입한 것은 4제 복합제 시장의 본격적인 성분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여기에 대웅제약의 DWJ1451까지 상용화에 성공하면 고혈압·고지혈증 치료 4제 복합제 시장은 로사르탄, 텔미사르탄, 피마사르탄, 올메사르탄 등 4대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성분이 각축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