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전략이 제약바이오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 설립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혜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을 설립해 R&D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 접근 방식은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성공률이 55-65%에 그친 반면, AI 기술 기반 후보물질, 즉 디지털 기술 기반 신약 후보물질은 80~90%에 달했다. 모바일 기술, 원격 의료 등 디지털 기술은 또 임상시험 비용을 2-3% 절감하고 투자 수익률도 4배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서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 신설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대표 사례는 화이자다. 화이자는 2019년 '디지털 혁신센터(Center for Digital Innovation)'를 설립하고 420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이 조직은 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 디지털 마케팅, 자동화된 제조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 주요 제약사들도 내부에 디지털 전환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AI 중심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외부 기술 협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신약 개발 기업과 파트너십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사이 파트너십은 232건에 달했다. 2024년에도 계약은 꾸준히 이어졌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AI 기반 신약개발에 적극으로 나서고 있다.
대웅제약,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온코크로스 등은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 개발에 활용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AI 신약 개발 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Generate:Biomedicines)'에 투자해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을 도입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도 외부 AI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진행 중이다.
AI 기업과 협력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은 2019년 5곳에서 2023년 40곳으로 증가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경우 디지털 기술 기반 신약 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4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등 5개국 AI 기반 신약 개발 알고리즘 기술 순위에서 4위였으나, 2024년에는 일본에 뒤처져 5위로 분석 되었다.
실효성 있는 AI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대규모 통합 데이터, 연산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혜윤 책임연구원은 "국내는 신약 개발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통합데이터가 적어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며, "국내외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접근성, 목적성, 활용성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국내 데이터는 폐쇄된 환경에서만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어 "국내 많은 연구기관은 현재 GPU를 확보하지 못해 연구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GPU와 같은 컴퓨팅 자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AI 모델 학습이 지연되거나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반의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통합데이터 구축, AI 연산을 위한 컴퓨팅 자원 지원 등 정부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