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듀비에' [사진=종근당][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종근당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Duvie, 성분명: 로베글리타존·lobeglitazone)를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최근 신경과학 분야의 저명학술지 '분자 및 세포 신경과학(Molecular and Cellular Neuroscience)'에 '뇌출혈 유도 생쥐 모델에서 PPARγ 작용제 로베글리타존의 신경보호 효과'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관련 연구 내용은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연구는 뇌내 염증 반응에서 종근당의 '듀비에'의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를 탐색하는 것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태정(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 교수팀에 의해 진행되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연구팀이 겨냥한 뇌내 염증 반응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ALS), 헌팅턴병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염증은 뇌 속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와 성상세포의 과도한 활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뇌내 염증 반응은 신체 다른 조직에서 일어나는 염증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지지만, 혈액뇌장벽(BBB) 때문에 치료 접근법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BBB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약물의 뇌 내 전달을 제한하는 장벽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뇌내 염증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은 극히 제한적이며, 스테로이드제 또는 면역억제제 등 일부 약물만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BBB를 손쉽게 통과하면서 뇌내 염증 반응을 개선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제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티아졸리딘디온(TZD)이다.
TZD는 지방 세포의 핵에 존재하며 세포 내에서 특정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핵수용체 PPARγ에 작용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여기서 타깃인 PPARγ은 중추신경계(CNS)에도 발현되는데, 덕택에 2010년대 이후 TZD는 BBB를 통과하여 PPARγ에 작용함으로써 CNS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망한 제제로 각광받게 되었다.
연구팀 또한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연구를 실시했는데, 선택된 약물은 종근당의 '듀비에'였다. 이는 '듀비에'가 2013년 허가된 제20호 국산 신약이자 첫번째 토종 TZD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을 조명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연구는 생쥐에게 뇌내 출혈을 유도한 뒤, 3일 동안 두 가지 용량(2mg/kg 및 4mg/kg)의 '듀비에'를 경구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평가 변수로는 뇌부종, 염증 관련 물질 및 염증 세포의 침투, 신경기능점수(mNSS) 변화였다.
그 결과, 4mg/kg의 고용량 '듀비에'를 투여했을 때 뇌부종은 약 15% 감소했고, 염증 관련 물질인 IL-1β, ERK, COX-2의 발현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세포 침투도 감소하였으며, mNSS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유의하게 개선되었다.
그런데 '듀비에'는 당뇨병 치료제인터라 만약 투여 후 혈당 수치에 이상이 생겼다면 CNS 치료제로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듀비에'는 혈당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듀비에'가 뇌내 염증 반응을 억제해 신경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만큼, 앞으로 잠재적인 치료법으로서 유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실험은 종근당이 실시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직접 진행했다는 측면에서 객관적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종근당이 '듀비에'의 CNS 질환 적응증 확대를 위해 직접 활용할 수는 없지만, 향후 적응증 추가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