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버텍스(Vertex)의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CF) 치료제 '알리프트렉'(Alyftrek, 성분명: 반자 트리플·Vanza Triple)이 미국, 영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진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집행위원회(EC)는 1일(현지 시간), 막 관통 조절인자(CFTR) 변이가 확인된 만 6세 이상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알리프트렉'을 허가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12월, 동일한 적응증으로 '알리프트렉'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이어 영국도 2025년 3월 허가를 내렸다. '알리프트렉'은 이외에도 캐나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에서 현재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독 아시아 지역에서는 '알리프트렉' 관련 소식이 잠잠하다. 임상이 진행된 22개 국가를 살펴보면 대부분 서구권이며, 구태여 아시아로 분류할 수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 단 1곳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 이어 전 세계 3위 의약품 시장인 일본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해당 지역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구권 국가들이 임상과 허가 체계에서 비교적 표준화된 규정을 공유하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각기 다른 개별 규제와 현지화 요건을 적용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가령 미국 FDA나 유럽 의약품청(EMA)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회의(ICH)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임상 시험 데이터를 상호 인정한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계된 다국적 임상만으로도 여러 국가에서 신속한 허가와 출시가 가능하다.
ICH는 의약품 개발과 허가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기 위한 국제협의체다. 전 세계 제약산업에 일관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중복 연구를 줄이고 공중 보건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 ICH의 정회원으로, ICH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내 제약 환경과 산업 특성에 맞춰 일부 세부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버텍스는 아시아 진출 시 임상 시험에서 ICH 기준 준수뿐만 아니라 현지화 요구도 충족해야 하므로, 직접 허가를 받기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회사는 자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포베타시셉트'(povetacicept)에 대해 올해 1월 중국 자이랩(Zai Lab)과 중화권 시장 판권 계약을, 6월에는 일본 오노약품공업(Ono Pharmaceutical)과 한국 및 일본 시장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권리를 양도한 바 있다.
한편, '알리프트렉'은 반자카프터(vanzacaftor), 테자카프터(tezacaftor), 듀티바카프터(deutivacaftor) 등 3가지 약물을 결합하여 낭포성 섬유증 유발 변이를 동시에 표적하는 기전의 3제 복합제다.
대상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은 점액, 땀, 소화액을 만드는 CFTR 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점액이 비정상적으로 끈적해 지는 것이 특징이다. 폐와 소화기관에 점액이 쌓여 호흡 곤란과 영양소 흡수 문제를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