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사진=셀트리온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임상적 효능은 비슷하면서도 오리지널 대비 저가에 공급되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추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이 약물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국내 바이오시밀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특허기술진흥원 김태권 책임연구원과 특허청 화학생명심사국 강태현 서기관은 30일 발간된 '지식재산연구 저널(Journal of Intellectual Property)' 기고문에서 항-TNF-α 관련 바이오의약품(휴미라, 레미케이드)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관련 특허 및 소송 현황, 제도지원정책 분석을 통해 한국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 및 미국의 특허 소송 현황 분석 결과,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물질, 의약용도, 제제 등 다양한 특허를 3배 이상 출원하여 두터운 특허 장벽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와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infliximab)'는 모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각각 미국 애브비(Abbvie)와 얀센(Janssen)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맞춰 특허 침해소송 등을 제기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휴미라와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보다 미국에서 2년 이상 늦게 시장에 출시된 이유다.
따라서 물질특허를 비롯한 다수의 특허 덤불과 특허 침해소송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진입 시기를 늦춰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점유율 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유럽 및 미국에서 휴미라와 레미케이드의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미국보다 유럽에서 3년 이하의 단기간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럽이 미국에 비해 오리지널보다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로, 유럽이 다른 나라 보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승인하는 등 가장 먼저 시장이 형성된 영향이다. 나아가 의사의 처방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 바이오시밀러의 상호 교환성에 의한 교체 처방의 활성화, 대체 조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 등 강력한 바이오시밀러 지원 정책이 뒷받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독일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 경우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 특히 영국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최적의 의약품을 처방(채택)할 경우 절감액의 50%는 처방 의사에게 제공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오리지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휴미라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고 레미케이드 역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0%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한국은 IP5 국가(미국, 유럽, 중국, 한국, 일본) 중 가장 낮은 바이오시밀러 특허장벽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가 용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허 장벽 이외에도 다른 제도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이번 기고문에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를 위해 3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약가 제도를 개선하여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은 2024년 기준 휴미라와 레미케이드 등 오리지널과 이들의 바이오시밀러 간의 약가 차이가 10∼15%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에 비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휴미라의 약 60%, 레미케이드의 약 50%)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 약물은 건강보험 산정특례에 해당하여 환자 본인 부담률이 10%로 낮아지면서 환자가 체감하는 약가의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유럽의 참조가격제를 벤치마킹해 보급률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유럽은 화학구조, 약리작용, 적응증 등이 유사한 약품들을 묶어서 하나의 참조가격군을 설정한 후 해당 군에 속한 모든 약물은 약값에 관계 없이 동일한 금액(참조가격)을 의료보험
이 보상하고, 환자가 참조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 환자가 차액을
부담하는 제도를 통해, 환자가 저가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들은 "의약품 저가 구매 장려금, 처방 의약품비 절감 장려금 등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확대하여 의사가 저가약을 처방할 만한 동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둘째, 의료공급자인 의사의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적극 도입을 위해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생물학적 동등성 및 안전성, 임상에서의 사용 경험, 제조공정의 우수성 등에 대한 확실한 증거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홍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일부 진료과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은 응답자의 56.5% 만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 의사가 83%에 달했다.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지 않은 이유는 '제품의 효과,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서'가 35.6%로 가장 많았다. 이는 국내 의사들에게 바이오시밀러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로 처방할 경우 오리지널 이외에 추가 구입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바이오시밀러 입찰제를 통해 공동 구매하여 비용을 절감시키고, 입찰제를 통해 구입된 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하면 본인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셋째, 환자들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이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의사가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더라도 환자가 약효에 의심을 품으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노시보(nocebo)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저자들은 "환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격 인하폭을 확대하고 더불어 환자들에 대해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이해시킬 수 있는 여러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