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일약품의 차세대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네수파립'(Nesuparib, JPI-547·OCN-201)이 췌장암 치료의 미래를 이끌 신약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델브 인사이트(Delve Insight)는 향후 유망할 것으로 여겨지는 췌장관 선암(PDAC) 치료제 파이프라인 약 80개에 대한 종합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파이프라인에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클라우딘 18.2(Claudin 18.2 또는 CLDN18.2) 항체 'AZD5863' ▲미국 MSD의 항체약물접합체(ADC) 'MK-2870' 등 빅파마들의 쟁쟁한 후보물질이 포함된 가운데 제일약품의 '네수파립' 또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네수파립'은 PARP(다중 당중합효소)와 TNKS1를 이중 저해하는 키나아제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다.
PARP는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인 BRCA1 및 BRCA2의 활성을 유도하는 단백질이다. PARP 단백질의 하위 유형 중 PARP-1과 PARP-2는 BRCA1 및 BRCA2와 상호작용하여 DNA 복구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RP 억제제는 PARP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BRCA1 및 BRCA2와 상호 작용을 차단, 종양 세포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전이다.
단일 PARP 억제제는 BRCA 변이 암종의 경우 매우 효과적이지만 BRCA 변이 발현이 적은 암 유형에는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이중 표적으로 부상한 타깃이 TNKS1이다.
TNKS1은 DNA 손상 신호를 알리는 ADP-리보스 분자 생성 인자이다. PARP는 손상된 DNA에 ADP-리보스 분자를 부착하여 DNA 주변으로 BRCA1 및 BRCA2를 유도한다. 이때 PARP와 TNKS1를 동시에 억제하면 BRCA 저발현 암에도 종양 세포의 DNA 복구 기능을 저해하여 암 세포의 사멸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PARP+TNKS1 이중 억제제의 주요 질환 적응증은 dMMR 암 유형이다. dMMR은 DNA 복제 중 불일치 오류를 복구하는 단백질인 MMR이 없거나 그 기능이 손상된 것을 뜻한다. 난소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위암 등에서 발현된다.
제일약품은 현재 난소암, 자궁내막암, 췌장암에서 '네수파립'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중 델브 인사이트는 PDAC 분야에서 '네수파립'의 치료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제일약품의 '네수파립'은 경쟁 약물로 거론된 ▲AZ의 'AZD5863' ▲MSD의 'MK-2870'과 비교했을 시 적용 기술 수준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가령 'AZD5863'는 새로운 암 타깃인 클라우딘 18.2을 표적할 수 있는 최첨단 항체 활용 기술, MSD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인 ADC에 기반한 약물이다.
이에 반해 '네수파립'은 전통적인 키나아제 억제 기술에 가까운 방식으로, 클라우딘 18.2 표적 항체 또는 ADC와 같은 기술에 비해 그 효과가 다소 미미할 수 있다.
그럼에도 PARP와 TNKS1를 동시에 억제하는 접근법은 독창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PARP+TNKS1 억제제 중 가장 먼저 임상 시험에 돌입, 개발에 앞서 나가고 있는 만큼,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PARP+TNKS1 억제제는 15개로, 이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은 ▲제일약품의 '네수파립' ▲일본 에자이(Eisai)의 '2X-121' ▲우리나라 에스티팜의 '바스로파립'(Basroparib) 등 3개 밖에 없다. 제일약품은 이들 중 가장 먼저 2017년 12월에 1상을 시작한 바 있다.
따라서 제일약품의 '네수파립'은 경쟁 약물에 비해 나름 독특하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구로 복용 가능한 저분자 합성 의약품이므로 AZ의 'AZD5863' 및 MSD의 'MK-2870'에 비해 투약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편집자 주) 아래 관련 기사를 보시면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현황 및 기술력을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