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태준제약이 새로운 장정결제를 확보했다. 물에 타서 먹는 방식의 가루 형태의 산제로 이 회사의 대표 장정결제 '쿨프렙산'과 '크린뷰올산'을 개량한 약물이다. 회사는 앞서 알약형 장정결제도 출시한 상황으로, 보유한 장정결제는 총 4개로 늘어났다. 후속 제품들의 특징이 관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오라팡'과 유사한 점이 많은 만큼, 경쟁 제품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태준제약은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쿨프렙골드산'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기존 '쿨프렙산'과 '크린뷰올산'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글리콜3350, 무수황산나트륨,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아스코르브산을 동일하게 함유했다. 산제를 녹여서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두 번에 걸쳐 1.2L씩 총 2.4L로, '크린뷰올산'과 같고 '쿨프렙산'(총 3L 복용)보다는 600ml 적다.
가장 큰 차이는 시메티콘 성분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쿨프렙골드산'은 태준제약의 장정결제 중 시메티콘 성분을 함유한 첫 번째 제품으로, 한국팜비오의 '오라팡정'을 겨냥한 태준제약의 전략품목으로 보인다.
시메티콘은 장내 가스와 거품을 제거하는 대표적인 성분 중 하나다. 과거 환자들은 내시경을 받기 전 액상 장정결제와 시메티콘 성분 제제를 함께 복용해야 했는데, 한국팜비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메티콘 성분을 함유한 장정결제 '오라팡정'을 선보이면서 이러한 불편함이 줄어들게 됐다.
'오라팡정'은 제형도 먹기 간편한 정제로, 함께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인 950mL(425mL씩 두 번)에 불과하다. 이러한 복용 편의성에 힘입어 '오라팡정'은 2019년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비급여 품목인 만큼, 회사 측이 제품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식약처에 보고된 '오라팡정'의 생산실적은 2019년 30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72억 원, 2022년 145억 원, 2023년 26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오라팡정'의 이러한 가파른 성장은 장정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태준제약에 큰 위협이 됐다. 이에 태준제약은 '오라팡정'과 같은 정제형 장정결제 '수프렙미니정'을 지난해 허가받아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시메티콘을 함유한 액상형 장정결제 '쿨프렙골드산'까지 확보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회사가 처음부터 시메티콘을 함유한 정제를 개발하지 않은 이유는 '오라팡정'의 특허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팜비오는 '오라팡정' 관련 특허 2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특허의 핵심 청구항은 '무수황산마그네슘, 황산칼륨, 무수황산나트륨 및 시메티콘으로 이루어지는 주성분을 포함하는 고형 제제 형태의 경구용 대장 하제'를 권리로 보호하고 있다.
즉, 경쟁사가 '오라팡정'의 4개 주성분인 무수황산마그네슘, 황산칼륨, 무수황산나트륨, 시메티콘을 함유하면서 정제 형태의 장정결제를 만들어 팔면 한국팜비오 특허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태준제약이 '오라팡정'의 주성분 중 시메티콘을 제외하고 알약 크기를 더욱 줄인 정제형 장정결제인 '수프렙미니'를 먼저 선보인 뒤 시메티콘을 함유하면서 다른 주성분은 '오라팡정'과 다른 산제형 장정결제 '쿨프렙골드산'을 따로 허가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준제약의 장결제 품목이 늘어난 만큼, 자칫 자사 제품 간 점유율 잠식이 벌어질 수 있다"며 "그런데도 태준제약이 다품목 물량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오라팡정'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준제약이 장정결제 시장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발생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오라팡정'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전략적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이라며 "태준제약이 후속 품목들로 '오라팡정'의 가파른 성장세를 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