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이 심전도와 입원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에 이어 웨어러블 모니터링 기기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양사 모두 병원 내 병상 관리를 넘어 환자의 일상생활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유한양행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참케어에 1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기존 파트너사인 휴이노와 웨어러블 심전도 분야에서 협력해 온 데 이어 혈압 측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며 심혈관 질환 중심의 생체신호 모니터링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참케어는 손목밴드형 혈압계 'H2-BP'와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기 'H2-ABPM' 등을 개발한 의료기기 기업이다.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의료기관에서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H2-ABPM은 환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기기다. 의료기관 방문 시 특정 시점에 측정하는 단발성 혈압과 달리 주간 및 야간 수면 중의 실시간 혈압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고혈압 진단과 약물 치료 효과 평가 등에 쓰인다.
유한양행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자사의 의료기관 영업망과 참케어의 웨어러블 혈압 측정 기술을 결합해 병의원용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향후 스마트 병동과 입원 환자 실시간 모니터링을 넘어 원격 환자 모니터링(RPM) 및 재택의료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20년 웨어러블 심전도 의료기기 기업 휴이노에 50억 원을 투자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2022년 휴이노가 개발한 패치형 장기 연속 심전도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패치(MEMO Patch)'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휴이노와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입원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메모큐(MEMO Cue)'의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원내 병상 모니터링 시장에 진입했다. 메모큐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를 통해 입원 환자의 심전도와 호흡 등 생체 데이터를 8일간 연속 측정·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병상부터 일상까지 … '선발' 대웅 vs '추격' 유한 전면전
유한양행이 심전도에서 혈압으로, 원내 병상에서 일상 공간으로 모니터링 영역을 넓히면서 1년여 먼저 같은 시장을 개척해 온 대웅제약과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대웅제약은 이미 입원 환자 모니터링과 웨어러블 생체신호 측정 기기를 결합한 사업 구조를 구축해 가동 중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 '모비케어(mobiCARE)',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연속혈압 측정기 '카트비피(CART BP)', 애보트의 연속혈당 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 등 주요 생체신호를 공간 제약 없이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판권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이 중 유한양행과 참케어 연합의 직접적인 경쟁 품목은 스카이랩스의 카트비피다. 카트비피는 커프 없이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의료기기다. 광학센서(PPG)를 이용해 혈류량을 측정하고 24시간 연속으로 혈압 변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대웅제약은 병의원 처방용 제품인 '카트비피 프로(CART BP pro)'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마치고 일선 의료기관과 건강검진기관을 대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환자가 일상에서 반지를 착용하고 생활하면 시간대별 혈압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돼 의료진의 진료 의사결정을 돕는 구조다.
심전도 영역에서도 대웅제약은 씨어스테크놀로지의 모비케어를 통해 유한양행의 메모패치와 경쟁해 왔다. 모비케어는 가슴에 부착해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웨어러블 심전도 패치로, 전국 병의원과 건강검진센터를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졌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개별 웨어러블 기기들을 원내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과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선보인 실시간 입원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thynC)'가 중심축이다.
씽크는 웨어러블 바이오센서를 통해 입원 환자의 심전도, 체온, 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전송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상시 관찰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원격 심박 기술에 의한 감시(EX871)' 행위 보험 수가 획득과 서비스 구독 모델을 기반으로 전국 병의원 병상에 설치됐다.
올해 대웅제약은 씽크에 아이쿱의 혈당 모니터링 솔루션 'CGM 라이브', 스카이랩스의 입원 환자용 반지형 연속혈압 측정기 '카트온(CART ON)', 퍼즐에이아이의 음성인식 의무기록 솔루션 '씨엘노트(CL Note)'를 연동한 통합 플랫폼 '올뉴씽크'를 공개했다.
회사는 지난 7월 삼성서울병원에 씽크와 카트온을 결합한 스마트 병상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심전도와 산소포화도에 더해 혈압까지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더해 대웅제약은 관계사 엠서클이 운영하는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웰체크'와 대사건강 관리 서비스 '웰다' 등을 연계해 병원 밖 일상 데이터와 원내 진료 시스템을 잇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입원 병상 관리에서 출발해 퇴원 후 재택 관리와 외래 진료까지 하나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묶는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 역시 휴이노의 메모패치와 메모큐로 다진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네트워크에 참케어의 웨어러블 혈압 측정 솔루션을 결합해 같은 방식의 통합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원내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에 혈압 데이터를 추가하는 것은 물론, 외래 환자의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과 재택 모니터링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진단 공백' 메우고 처방 '락인' … '토털 케어' 승부수
양사가 이처럼 웨어러블 생체신호 측정 기기 확보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기존 내원 중심 의료 체계의 한계와 만성질환 관리 시장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이나 야간 고혈압, 백의 고혈압 등은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의 단발성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포착이 어렵다. 특히 증상이 불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발작성 부정맥이나 수면 중 급격히 혈압이 치솟는 야간 고혈압의 경우, 적절한 진료 타이밍을 놓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중증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기존에도 24시간 홀터 심전도나 커프형 활동혈압계(ABPM) 등이 활용돼 왔지만, 복잡한 전선 부착과 주기적인 커프 압박에 따른 통증 등으로 환자의 일상생활과 수면을 방해해 검사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제약 없이 생체신호를 연속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필수 진단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해당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선점하는 것이 제약사의 영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고혈압이나 부정맥 진단을 돕고, 이후 자사의 순환기 및 만성질환 전문의약품 처방과 치료 경과 모니터링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결국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의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은 단순한 의료기기 유통을 넘어 원내 입원 병동과 원외 일상 공간을 포괄하는 생체 데이터 생태계 구축전이자 자사 의약품을 중심에 두고 '진단-처방-치료 후 관리'로 이어지는 토털 케어 솔루션을 선점하려는 싸움이다.
양사가 심전도와 혈압, 원내 관제 시스템을 아우르는 대칭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만큼, 일선 병의원 영업망을 무기로 한 시장 점유율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의 전통 강자인 두 회사가 수십 년간 다져온 병의원 네트워크를 앞세워 의료 현장에 어떤 방식으로 자사 생태계를 안착시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