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인산염)'는 내년 1월 14일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대웅제약의 자카비 제네릭인 '룩소비정'은 다음 날인 1월 15일부터 출시할 수 있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내년 국내 제약시장에서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후발약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상은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인산염)',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항우울제 '브린텔릭스(성분명: 보티옥세틴브롬화수소산염)',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등 4개 약물이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품목마다 다르다. 자카비는 대웅제약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확보해 초기 시장 선점 가능성이 높고, 입랜스는 대웅제약·광동제약에 염변경 제품을 준비 중인 보령까지 가세하면서 출시 초기부터 강도 높은 경쟁이 예상된다. 엔트레스토는 연간 원외처방액이 800억 원에 육박하지만 특허분쟁에서 승소한 국내사가 10곳이 넘는 상황에서도 아직 허가 제품이 없어 제형 개발과 허가가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본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목록과 우선판매품목허가 목록을 분석한 결과, 자카비·입랜스·브린텔릭스는 후발약 허가와 우판권 확보가 상당 부분 마무리돼 출시 일정이 구체화됐다. 품목별로 초기 시장을 선점할 회사와 경쟁 구도는 이미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자카비··· 90억 원 시장 대웅 선점
내년에 가장 먼저 후발약이 출시되는 품목은 노바티스의 자카비다. 자카비는 2025년 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액 약 91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는 입랜스나 엔트레스토보다 작지만 장기간 오리지널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 처음 후발약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유효한 특허는 물질특허와 조성물특허 2건으로 각각 내년 1월 14일과 2028년 6월 12일 만료된다.
대웅제약은 자카비 제네릭 '룩소비정' 4개 함량(5·10·15·20mg)을 지난 7월 허가받았다. 주성분을 오리지널의 '룩소리티닙인산염'에서 '룩소리티닙헤미푸마르산염'으로 바꿔 2028년 6월까지 유효한 조성물특허를 회피했다.
염을 바꿔도 룩소리티닙 자체에 걸린 물질특허는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물질특허 만료 다음 날인 내년 1월 15일부터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자카비 후발약으로 우판권을 확보한 제품은 대웅제약 룩소비정 4개 용량뿐이다. 독점 판매기간은 내년 1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9개월이다.
대웅제약이 예정대로 제품을 출시하면 90억 원대 시장을 단독으로 공략할 수 있다. 후발약이 없는 상태에서 대웅제약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오리지널의 처방액이 얼마나 후발약으로 이동할지가 관심사다.
삼양홀딩스도 자카비 후발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오리지널과 같은 염을 사용했다. 제품을 출시하려면 조성물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 6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입랜스··· 대웅·광동에 보령 가세 채비
시장 규모와 경쟁 강도를 함께 보면 입랜스는 가장 치열한 품목 가운데 하나다. 입랜스는 한때 국내에서 연간 500억~600억 원대 처방액을 기록한 대표적인 CDK4/6 억제제다. '키스칼리'와 '버제니오'가 성장하면서 과거보다 시장 지배력은 낮아졌지만 후발 제약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규모가 큰 시장이다.
화이자의 입랜스는 현재 세 건의 특허가 걸려 있다. 2027년 3월 22일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34년 2월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는 캡슐과 정제에 모두 적용된다. 2036년 5월 만료되는 '팔보시클립의 고체 투여 형태' 특허는 정제에만 적용된다.
광동제약은 2034년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 분쟁에서 승소했고, 대웅제약과 보령은 2036년 만료되는 정제 전용 특허의 권리범위를 벗어난다는 심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후발약 출시를 막는 특허는 2027년 3월 22일 만료되는 물질특허만 남았다.
대웅제약과 광동제약은 이미 품목허가와 우판권을 확보했지만 물질특허가 살아 있어 실제 판매는 2027년 3월 23일부터 가능하다. 대웅제약은 정제 '랜클립정', 광동제약은 캡슐 '알렌시캡슐'로 각각 우판권을 확보했다. 두 제품 모두 75·100·125mg 세 함량이며, 우선판매기간은 2027년 3월 23일부터 12월 22일까지다.
여기에 보령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 6월 입랜스 후발약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대웅제약과 광동제약 제품이 오리지널과 같은 팔보시클립 무염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보령은 팔보시클립에 헤미아디프산을 결합한 '팔보시클립헤미아디프산염'을 선택했다.
우판권은 같은 주성분을 사용하는 후발약의 허가와 판매를 9개월간 제한한다. 보령 제품은 주성분이 달라 이 제한을 받지 않아 품목허가가 나오면 대웅제약·광동제약 제품과 같은 시기에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입랜스 후발약 시장이 대웅제약과 광동제약의 양분 구도로 출발할지, 보령까지 가세한 3파전으로 시작할지가 관건이다. 보령 제품의 허가 시점이 초기 경쟁 구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브린텔릭스··· 명인·유니메드 9개월 우선판매
룬드벡의 항우울제 브린텔릭스는 2027년 5월부터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이 후발약 시장을 먼저 연다. 브린텔릭스는 국내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연매출 100억 원을 넘어선 품목이다.
브린텔릭스는 2027년 5월 10일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28년 11월까지 유효한 용도특허가 걸려 있다.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은 2022년 3월 용도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해 승소했다.
이에 따라 물질특허 만료 다음 날인 내년 5월 11일부터 후발약 출시가 가능하다. 현재 명인제약은 '보세틴정' 5·10·15·20mg, 유니메드제약은 '보티옥센정' 5·10·15·20mg에 대해 우판권을 확보했다. 우선판매기간은 2027년 5월 11일부터 2028년 2월 10일까지 9개월이다.
브린텔릭스 제네릭 시장은 두 회사가 먼저 나눠 갖게 된다. 명인제약은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주력으로 판매해온 회사이며, 유니메드제약의 보티옥센정도 명인제약이 생산한다. 우판기간 동안 두 제품이 기존 브린텔릭스 처방을 얼마나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엔트레스토··· 800억 시장, 특허보다 어려운 허가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엔트레스토는 파급력이 가장 크다. 엔트레스토의 국내 원외처방액은 2021년 324억 원에서 2025년 794억 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약 2.5배 성장했다.
엔트레스토는 모두 6건의 특허가 걸려 있다. 이 가운데 2028년 11월과 2029년 1월 만료되는 제제특허 2건은 국내 제약사 11곳이 승소했고, 2033년 만료되는 용도특허는 한미약품 등 4개사가 심판에서 이겼다. 나머지 3건은 모두 내년 안에 만료된다.
내년에 만료되는 특허 가운데 가장 늦게 끝나는 특허는 9월 21일 만료되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길항제 및 NEP 억제제 제약 조합물' 특허다. 올해 1월 대법원이 노바티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특허에 심판을 청구한 10여 개 제약사의 승소가 확정됐다.
심판에서 승소한 회사들은 해당 특허 만료 전에도 제품을 출시할 길을 확보했다. 심판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도 특허가 끝나는 내년 9월 22일부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허가다. 엔트레스토는 두 성분(사쿠비트릴·발사르탄)이 분자 수준에서 결합한 공결정(Co-crystal) 구조여서 일반적인 복합제보다 오리지널과 동등한 체내 흡수 특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2022년부터 20여 개사가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단 한 품목도 허가받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허보다 품목허가가 후발약 시장 진입의 더 높은 장벽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