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츠카제약 도쿄 본사. [사진=Kattin,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아직 원인 유전자를 직접 겨냥한 치료제가 없는 희귀 유전성 루게릭병에서 첫 표적치료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오츠카제약(Otsuka Pharmaceutical)과 미국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는 22일 FUS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치료 후보물질 '울레프너센(ulefnersen)'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FUS 변이 ALS를 대상으로 한 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원인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유효성을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츠카와 아이오니스는 이번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과 논의하고 신속한 허가신청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울레프너센은 현재 FDA 패스트트랙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상태다.
기능 저하·생존 함께 평가…p=0.0005
이번 임상은 글로벌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FUSION' 연구(NCT04768972)다. FUS 변이 ALS 환자에게 울레프너센을 척수강 내로 투여하고 72주 동안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1차 평가지표는 단순히 근육 기능의 변화만 측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치료 505일까지 ▲사망 또는 영구적 인공호흡 발생 시점 ▲질환 진행으로 구조치료(rescue)가 필요해진 시점 ▲ALS 기능평가척도 개정판(ALSFRS-R)의 변화 등을 종합한 공동순위분석(joint rank analysis)을 사용했다.
그 결과 울레프너센 투여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기능 저하와 생존을 종합한 1차 평가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p=0.0005). 이는 울레프너센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실제 차이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정도 이상의 차이가 우연히 나타날 가능성이 0.05% 수준이라는 의미다.
주요 2차 평가지표에서도 치료 효과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신경세포 손상의 바이오마커인 혈중 신경미세섬유 경쇄(NfL)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사망·영구적 인공호흡·구조치료·질환 진행에 따른 연구 중단 가운데 가장 먼저 발생한 사건까지의 시간도 울레프너센군에서 유의하게 개선됐다.
안전성에서도 새로운 중대한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발생한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였다.
다만 이번 발표는 3상 톱라인 결과다. 오츠카와 아이오니스는 ALSFRS-R의 실제 변화량이나 사망·인공호흡 위험 감소율 등 구체적인 효과크기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상세 결과는 향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동료평가 학술지에도 게재할 예정이다.
젊은 환자에서 빠르게 진행하는 'FUS-ALS'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근육이 약해지고 결국 움직임과 말하기, 삼키기, 호흡 능력까지 잃게 되는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 가운데 FUS-ALS는 'FUS(fused in sarcoma)'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로 발생하는 희귀한 유전성 ALS다. 전체 ALS 환자의 약 0.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ALS에서는 FUS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발병한 FUS-ALS는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뒤 1~2년 안에 호흡부전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 FUS 변이라는 질병 원인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승인 치료제는 없다.
울레프너센은 바로 이 FUS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이 약물은 RNA를 표적으로 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다. FUS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FUS 전령RNA 전구체(pre-mRNA)에 결합해 FUS mRNA와 단백질 생성을 감소시킨다.
FUS 변이가 있으면 운동신경세포에 독성을 일으키는 FUS 단백질이 축적돼 신경퇴행을 촉진하는데, 울레프너센은 이 단백질의 생성 자체를 줄여 질병의 원인을 직접 차단하는 전략이다.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도달할 수 있도록 척수강 내 주사로 투여한다.
SOD1 이어 FUS까지…ALS도 '유전자별 치료' 시대
이번 결과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ALS 치료의 방향이 하나의 질환을 일괄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에서 원인 유전자에 따라 치료하는 정밀의료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아이오니스가 개발하고 바이오젠이 상용화한 ASO 치료제 '칼소디(Qalsody, 토퍼센·tofersen)'는 SOD1 유전자 변이 ALS를 표적으로 개발됐다. FDA는 2023년 혈중 NfL 감소를 근거로 칼소디를 가속승인했다.
울레프너센은 이와 다른 FUS 유전자를 겨냥한다. 이번 3상 결과가 최종 허가로 이어질 경우 유전성 ALS를 원인 유전자별로 치료하는 전략이 한 단계 더 확장되는 셈이다.
울레프너센은 아이오니스가 발굴·개발했으며, 오츠카가 2024년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양사는 이번 FUSION 결과를 FDA 및 각국 규제기관과 논의해 신속한 허가신청이 가능한 경로를 검토할 방침이다.
오츠카는 3상 결과 발표와 함께 유전자검사로 FUS-ALS가 확인된 환자 가운데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가 정식 허가 전에 울레프너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조기접근프로그램(EAP)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