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약물이나 삽입형 제세동기로 돌연사 위험을 관리해온 유전성 심장질환을 원인 단계에서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개발 지원을 받게 됐다.
미국 테나야 테라퓨틱스(Tenaya Therapeutics)는 14일(현지시간) FDA가 PKP2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부정맥성 우심실심근병증(arrhythmogenic right ventricular cardiomyopathy, ARVC) 치료 후보물질 'TN-401'을 재생의학 첨단치료제(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RMAT)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ARVC는 심장 근육세포가 점차 섬유·지방조직으로 대체되면서 심장의 전기신호가 불안정해지는 유전성 심근병증이다. 심실성 부정맥을 일으켜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돌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PKP2 유전자 변이는 ARVC의 가장 흔한 유전적 원인으로 전체 환자의 약 40%에서 발견된다. 테나야는 미국에만 PKP2 변이 연관 ARVC 환자가 7만 명 이상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KP2 유전자는 심장 근육세포 사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전기신호가 안정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플라코필린-2(plakophilin-2) 단백질 생성에 관여한다.
이 유전자에 병적 변이가 생기면 플라코필린-2 단백질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장 근육세포 사이의 결합 구조가 약해지고 전기신호도 불안정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맥과 심장 구조 이상이 진행될 수 있다.
'TN-401'은 아데노연관바이러스 9형(AAV9)을 운반체로 이용해 정상 PKP2 유전자를 심장 근육세포에 전달하는 1회 정맥투여 유전자 대체 치료제다. FDA는 최근 TN-401을 재생의학 첨단치료제(RMAT)로 지정했다. [AI 생성이미지]정상 PKP2 유전자 심장 근육세포에 전달
TN-401은 이러한 질환의 발생 원인을 직접 겨냥한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 9형(AAV9)을 운반체로 이용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PKP2 유전자를 심장 근육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대체 치료제다. 한 차례 정맥주사로 투여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현재 ARVC 치료에는 항부정맥제와 삽입형 심장충격기(ICD), 카테터 절제술 등이 사용된다. 이들 치료는 위험한 부정맥을 억제하거나 발생했을 때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PKP2 유전자 변이라는 질환의 근본 원인을 교정하지는 못한다.
TN-401은 부족한 정상 PKP2 단백질을 다시 만들어 심장 근육세포 사이의 연결과 전기적 안정성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FDA가 이번 RMAT 지정의 근거로 검토한 자료에는 테나야가 올해 5월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에서 공개한 1b/2상 임상시험 'RIDGE-1'(NCT06228924) 중간결과가 포함됐다.
RIDGE-1은 PKP2 변이 연관 ARVC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TN-401을 한 차례 정맥 투여한 뒤 안전성과 내약성, 초기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공개 용량증량 시험이다.
5월 공개된 중간결과에서는 두 용량군에서 치료받은 환자 모두에서 하루 조기심실수축(premature ventricular contraction, PVC) 횟수가 감소했다. 평균 감소율은 64%였다.
PVC는 정상적인 심장박동보다 일찍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심실 수축이다. ARVC 환자에서는 심장의 전기적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비지속성 심실빈맥(non-sustained ventricular tachycardia, NSVT) 발생도 감소했다. 치료 후 시행한 심장 조직검사에서는 TN-401이 심장 근육세포에 도달해 PKP2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있다는 증거도 확인됐다.
FDA 희귀의약품·패스트트랙 이어 RMAT까지
TN-401은 이미 FDA의 희귀의약품(Orphan Drug)과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의 우선의약품(PRIME)으로도 지정됐다. 이번 RMAT 지정까지 추가되면서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신속개발 지원을 받게 됐다.
RMAT는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초기 임상 근거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이 확인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재생의학 치료제의 개발을 지원하는 FDA 제도다.
지정되면 임상개발과 제조, 허가 전략에 대해 FDA와 조기에 지속적으로 협의할 수 있으며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가속승인이나 우선심사, 순차심사 등의 신속심사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린다.
테나야는 올해 4분기 RIDGE-1의 추가 임상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동시에 TN-401을 후기 임상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FDA 등 규제기관과 진행하고 있는 중추적 임상시험 설계 협의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ARVC 치료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막는 데 집중돼 있다. TN-401이 후기 임상에서도 효과를 확인할 경우 PKP2 변이 환자에게는 부정맥 발생 이후에 대응하는 치료에서 벗어나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