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베링거인겔하임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만성 신장 질환 치료 적응증 관련 특허를 무효화한 국내 제약사들을 상대로 불복 소송전에 나섰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특허법원에 '엠파글리플로진의 치료적 용도' 특허의 무효를 인정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특허심판원에서 무효 심결을 받아낸 휴온스, 제뉴원사이언스, 종근당, 한국프라임제약, 한미약품 등 5개 국내 제약사다.
분쟁 대상인 '엠파글리플로진의 치료적 용도' 특허는 신장 장애 또는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의 대사 장애 치료를 포괄하는 권리로, 존속기간 만료 예정일은 2034년 4월 3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목록집에는 등재되지 않은 미등재 특허로, 당뇨병에서 만성 신장 질환 및 심혈관 질환으로 처방 영역을 확장한 자디앙의 적응증을 보호하는 권리 중 하나다.
앞서 제뉴원사이언스와 종근당은 2024년 1월 해당 특허에 대해 각각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한국프라임제약, 한미약품, 휴온스가 잇따라 심판을 제기하며 5개사가 무효 공방을 벌였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6월 이들 5개 제약사의 사건을 병합 심리한 뒤 청구성립 심결을 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가 2013년 1월 공개한 자디앙의 3상 임상시험 보도자료를 선행문헌으로 제시했다. 특허심판원은 해당 자료에 중등도 신장 장애 환자군에 대한 효과가 이미 공지돼 있어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심혈관 용도특허 분쟁과 '판박이' … 분할출원으로 실질적 권리 연장 노림수
베링거인겔하임의 이번 특허법원 제소는 앞서 진행된 자디앙의 심혈관 질환 예방 및 신장 보호 효과 관련 용도특허(이하 심혈관 질환 예방 용도특허) 분쟁과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심혈관 질환 예방 용도특허 역시 2034년 4월 3일 만료 예정이었던 식약처 미등재 특허였다. 국내 5개 제약사는 2024년 초 무효심판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청구성립 심결을 얻어냈고,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1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은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8월 돌연 소를 자진 취하했다. 이에 따라 특허법원의 판결 없이 1심 무효 심결이 확정됐고 해당 특허는 소멸 처리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심혈관 용도특허 소송을 취하하기에 앞서 동일 발명을 쪼갠 분할출원의 등록 절차에 착수했다. 원출원 특허가 제네릭사의 특허도전에 직면하자, 10여년 전 미리 준비해 놓은 분할출원 카드를 꺼내들고 특허청에 심사를 청구한 것이다.
원출원 특허와 관련한 소를 일찌감치 취하하면서 제네릭사가 최종 승소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워진 가운데, 이러한 원출원 특허와 유사한 분할출원 특허의 등록을 추진해 후발 제약사가 쉽사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또한, 원출원 특허가 소 취하로 소멸하더라도 분할출원 특허가 등록되면 사실상 특허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모양새여서 전형적인 에버그리닝 전략에 해당한다.
이번에 소송이 제기된 만성 신장 질환 용도특허 역시 이와 유사한 분할출원 구조가 배치돼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만성 신장 질환 치료 적응증과 관련한 원출원 용도특허의 분할출원에 대해 출원일(2014년 4월)로부터 12년이 지난 올해 7월에서야 정식 심사를 청구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차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 승소가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디앙의 심혈관 질환 예방 용도특허와 마찬가지로 소를 취하해 자사에 대한 패소 판결 확정을 차단하는 동시에 분할출원 특허의 등록을 완료하며 특허 보호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후발 제약사들은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베링거인겔하임이 후속 분할출원 특허를 등록받을 경우 또다시 무효심판을 제기해야 하는 절차적 부담을 안게 된다.
차후 국내 제약사들이 신장 질환 적응증을 제외하는 '스키니 라벨링' 방식으로 제네릭을 발매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당뇨병과 신장 질환에 대한 교차 처방이 빈번한 만큼 침해 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허심판원에서 무효화된 자디앙의 만성 신장 질환 용도특허 분쟁이 특허법원 2심으로 전환된 가운데, 베링거인겔하임의 분할출원 유지와 소송 전략에 따라 후발 제약사들의 제네릭 출시 및 시장 진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