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CEO랭킹뉴스 김영민 기자]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과 건설강재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 원전, 에너지 인프라 등 대형 투자가 이어지는 분야에서 새로운 철강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 투자와 탄소저감 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규 시장에서 실제 수주를 늘려 투자 성과를 실적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올해 경영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은 자동차강판과 탄소저감 제품, 건설강재를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제품의 판매 기반을 유지하면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 주문을 늘려 철강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강판 중심 기존 사업 수익성 확보
이 사장은 30년 이상 철강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사업 운영을 경험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을 이끌었던 서강현 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Strength for MOVE’를 제시하고 자동차강판 글로벌 경쟁력 강화, 탄소저감 제품 확대, 건설강재 경쟁력 확보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자동차강판은 글로벌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탄소저감 제품은 전기로와 고로를 활용한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양산 능력을 높인다. 봉형강 부문에서는 원가와 생산성을 개선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결정한 데 이어 전기로·고로 복합 생산체계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인도 푸네 SSC 상업생산과 3세대 강판 신제품 양산 등 자동차 소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은 여전히 과제다. 현대제철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조1073억원, 영업이익은 577억원, 당기순이익은 121억원이다. 봉형강 판매량 증가와 주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전분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미국 제철소 투자 등으로 자금 부담도 커졌다.
데이터센터·반도체로 철강 수요처 확대
현대제철이 새로운 철강 수요처로 접근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현대제철은 건설사업관리 기업 한미글로벌과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에 적용할 강재를 설계 단계부터 검토하기로 했다. 내화강재와 고강도 형강 등을 활용한 강구조 모델을 제안하고 건설 과정에서 제품 적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철강재가 필요한 만큼 신규 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제철은 1GW급 데이터센터 한 곳에 약 18만~20만t, 반도체 생산시설 한 곳에 약 10만t의 철강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데이터센터 7곳에서 총 3만1200t 규모의 철강재를 수주했다. 지난 3월에는 데이터센터 관련 철강재 판매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도 마련했다.
전력 인프라도 새로운 수요처로 분류된다. ESS와 송전철탑 등에 필요한 철강재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관련 철강 수요가 2030년 연간 14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전·에너지 분야 고사양 소재 개발
원전과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소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차세대 원전 격납용기에 적용되는 고사양 후판의 샘플을 공급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차량용 고내구성 소재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운송·저장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급·인증기관 DNV와 선박 및 해양플랜트용 강재와 용접부를 공동 연구하고 있다. 제품 평가 기준과 국제 인증 기반을 확보해 고사양 강재의 적용 가능성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 자동차강판과 원전·에너지용 소재는 일반 철강재보다 기술과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분야다. 해당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철강 가격과 수요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제철의 하반기 경영 성과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지키면서 신규 시장에서 실제 주문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제철소와 탄소저감 생산설비 투자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지만 초기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강판 등 기존 제품의 판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원전·에너지 분야에서 신규 수주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철강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을 판매 증가와 이익 개선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 사장이 기술과 사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면서 신규 시장에서 안정적인 주문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첫해 경영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