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ONE 정문 (사진=서정필 기자)[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4개월 만에 다시 전면파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5월 전면파업 이후에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오늘(10일)과 내일(11일) 진행되는 집중교섭이 향후 노사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노조는 8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 임금·단체협약 1차 사후조정 직후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후조정 참여를 즉각 철회하고 노동조합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성 상생노조 위원장은 9일 "향후 단체행동 수단으로 전면파업도 고려할 수 있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민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실제로 사후조정 참여를 철회하게 되면 단체행동을 예고할 예정"이라며 "조합원들은 언제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10·11일 노동위 집중교섭…단협 44개 조항 다시 협상 테이블에
노사는 10~11일 이틀간 집중교섭에 나선다. 8일 사후조정에서 인천지방노동위 조정위원회는 쟁점으로 남아 있는 단체협약 44개 조항을 다시 심의하도록 했다.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은 단순히 '불가'라고 답하지 않고 그 이유를 제시하고, 금전이 수반되는 조항을 받아들일 경우에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도록 했다.
10일 첫 교섭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규호 부사장이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다. 기존 회사 측 대표교섭위원인 송영석 상무가 이날부터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조정위원회가 부사장급 이상 경영진의 참석을 요구했고, 이 부사장이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사측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박재성 위원장은 "상징적인 의미 정도는 있겠으나 실질적인 의미를 크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측, 6월 17일 이후 별도 공식 수정안 제출 없어
장기간 이어진 교섭에서 노조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대목은 회사가 공식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사실상 시간만 끌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지난 6월 17일 기존 요구 사항을 조정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회사 측은 아직 별도의 공식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의 미온적 대응은 8일 열린 1차 사후조정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인천지방노동위 조정위원회 의장을 맡은 강원희 공익위원은 사측을 향해 "회사가 내놓은 안이 없지 않습니까"라며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한 근로자위원도 현재까지의 교섭 상황을 두고 노조가 사측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10~11일 열리는 집중교섭에서도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협 쟁점은 '인사문건 후속조치·노조 활동 보장'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단체협약 내용이다. 박재성 위원장은 이번 단협에서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내용 중 하나로 "인사문건 유출 사태를 치유할 수 있는 안건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용하기 쉬운 안건만 늘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노사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는 2024년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노조는 당시 상당수 조항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조합원 관련 인사문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노사 간 신뢰가 악화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당시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와 조합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올해 단체협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차례 전면파업 겪고도 협상은 제자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올해 이미 한 차례 전면파업을 겪었다. 지난 3월 23일 인천지방노동위의 조정 중지 이후 노조는 4월 부분파업을 거쳐 5월 1일부터 창사 이후 첫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회사는 부분파업 등의 영향으로 항암제와 HIV 치료제, 아토피 치료제 등을 포함한 23개 제품의 생산 프로세스에 차질이 발생했으며 약 15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면파업이 닷새 동안 이어질 경우 피해 규모가 최대 64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두 수치는 실제 확정 손실액이 아니라 당시 제시된 예상 피해 규모다.
하지만 전면파업이 끝난 뒤에도 임단협은 타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노조는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는 지난 8월 14일 인천지방노동위에 사후조정을 공동 신청했다.
15일 2차 사후조정…추석 전 타결 여부 주목
10~11일 집중교섭 결과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열리는 2차 사후조정에서 점검한다. 인천지방노동위 조정위원회는 이틀간의 교섭 결과와 회사가 수용하지 않은 조항의 사유를 확인한 뒤 추가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6~18일 교섭에 조정위원과 조사관이 직접 참관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 사용자위원은 추석 전인 20~22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가 장기간 공식 수정안을 내놓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사는 노조가 최초 수정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13차례에 걸쳐 조정안을 제시하는 등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6월 17일 이후 별도의 공식 수정안을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교섭 과정에서 쟁점별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후조정이 시작된 시점에 대표교섭위원인 송영석 상무의 해외 출장이 예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경영진 업무 관련 내용은 대외비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0~11일 집중교섭에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계획이 있는지, 추석 전 타결이 가능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입장 차이나 타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회사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