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상 첫 지역의사선발 제도가 시행된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교육비를 지원하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의과대학 등록금은 물론 교재비와 실습비, 기숙사비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대신 의사가 된 뒤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면허에 '10년 지역 의무복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도입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지역의사선발전형' 이야기다.
3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2027학년도에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에서 모두 490명의 지역의사를 선발한다.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은 지난 8월 별도 일정으로 원서접수를 마쳤고, 나머지 31개 대학은 오는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을 통해 처음 지역의사를 뽑는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기존 지역인재전형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지역인재전형은 일정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지만 졸업 이후 근무지역을 제한하지 않는다. 지역의사전형 학생은 재학 중 학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국가시험 합격 후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한 면허를 받고, 지정된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한다.
정부가 학생을 선발하는 순간부터 교육과 수련, 의무복무, 지역 정착까지 사실상 10년을 훌쩍 넘는 경력 경로를 미리 정해놓는 제도인 셈이다.
'지역의사, 입학부터 지역 정착까지' 흐름도첫해 490명…진료권 359명·광역권 131명
2027학년도 지역의사 선발인원은 490명이다. 2028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는 매년 613명으로 확대된다. 첫해 490명 가운데 359명은 '진료권' 단위, 131명은 '광역권' 단위로 선발한다.
진료권은 여러 시·군·구를 실제 의료 이용권역에 따라 묶은 단위다. 광역권은 이를 다시 시·도 단위보다 넓게 묶은 지역이다. 같은 충남에서도 천안권·공주권·서산권처럼 진료권이 갈리고, 대전·세종·충남·충북은 하나의 광역권으로 묶이는 식이다.
대학별 선발규모도 크게 다르다. 예컨대 충남대는 27명, 충북대는 39명, 전남대 31명, 부산대 31명, 강원대 39명, 제주대 28명 등을 선발한다. 경기·인천 지역 대학은 광역권 선발 없이 진료권 단위로만 뽑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만이 아니다. 어떤 진료권 또는 광역권으로 선발됐는지가 향후 의무복무지역과 연결된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선발전형 대학별 선발 인원> (자료=복지부)
❶ 대전, 충남
대학
천안권
공주권
서산권
논산권
홍성권
광역권
계
건양대
1
1
1
1
1
1
6
단국대
3
1
3
2
2
4
15
순천향대
4
1
3
2
2
6
18
을지대
1
1
1
1
1
1
6
충남대
6
2
5
3
3
8
27
소계
15
6
13
9
9
20
72
❷ 충북
대학
청주권
충주권
제천권
광역권
계
건국대
3
1
1
2
7
충북대
19
6
2
12
39
소계
22
7
3
14
46
❸ 광주, 전남
대학
목포권
여수권
순천권
나주권
해남권
영광권
광역권
계
전남대
6
2
7
3
2
2
9
31
조선대
4
1
4
2
1
1
6
19
소계
10
3
11
5
3
3
15
50
❹ 전북
대학
전주권
군산권
익산권
정읍권
남원권
광역권
계
원광대
7
1
1
2
1
5
17
전북대
9
1
1
2
2
6
21
소계
16
2
2
4
3
11
38
❺ 대구, 경북
대학
포항권
경주권
안동권
구미권
영주권
상주권
광역권
계
경북대
4
5
2
5
1
1
8
26
계명대
2
3
1
3
1
1
4
15
대구가톨릭대
2
2
1
2
1
1
4
13
동국대
1
1
1
1
1
0
0
5
영남대
2
2
1
2
1
1
4
13
소계
11
13
6
13
5
4
20
72
❻ 부산, 울산, 경남
대학
창원권
진주권
통영권
김해권
거창권
광역권
계
경상국립대
5
3
2
5
1
6
22
고신대
1
1
1
1
1
2
7
동아대
4
2
1
4
1
5
17
부산대
7
4
3
7
1
9
31
울산대
1
1
1
1
1
0
5
인제대
4
2
1
3
1
4
15
소계
22
13
9
21
6
26
97
❼ 강원
대학
춘천권
원주권
영월권
강릉권
동해권
속초권
광역권
계
가톨릭관동대
1
1
1
1
1
1
0
6
강원대
8
7
2
4
3
3
12
39
연세대
2
2
1
1
1
1
3
11
한림대
1
1
1
1
1
1
1
7
소계
12
11
5
7
6
6
16
63
❽ 제주
제주권
서귀포권
광역권
계
제주대
11
8
9
28
소계
11
8
9
28
❾ 경기 · 인천
대학
의정부권
남양주권
이천권
포천권
인천서북권
인천중부권
광역권
계
가천대
1
2
1
1
1
1
-
7
성균관대
1
1
0
1
0
0
-
3
아주대
1
1
1
1
1
1
-
6
인하대
1
1
1
1
1
1
-
6
차의과학대
0
1
0
1
0
0
-
2
소계
4
6
3
5
3
3
-
24
총 계
진료권 359 + 광역권(해당 권역 내 진료권 中 선택하여 근무) 131
490
지금 어디 사느냐보다 '중·고교를 어디서 다녔나'가 중요
지원자격은 일반적인 지역인재전형보다 복잡하다.
지원하려는 의과대학과 관련해 법령에서 정한 지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입학부터 졸업까지 다녀야 하고, 재학기간에는 해당 지역에 실제 거주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 주소가 어디인지 또는 고등학교를 어디서 졸업했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거주지역은 반드시 학교와 같은 시·군·구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가 A시에 있고 집이 B시에 있더라도 같은 진료권 또는 광역권에 속한다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반대로 재학기간 중 일부라도 해당 선발지역 밖으로 주소를 옮겼다면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부모의 거주지는 지원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학을 한 학생은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같은 진료권 안에서 다른 시·군·구로 전학한 경우 진료권과 광역권 선발 모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광역권 안이라도 다른 진료권으로 고등학교를 옮겼다면 진료권 선발에는 지원할 수 없고 광역권 선발만 가능하다. 아예 다른 광역권으로 전학했다면 두 전형 모두 지원할 수 없다.
경기·인천은 예외다. 광역권 모집 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동일 진료권 안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재학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전학·이사했다면 지원할 수 있을까? [자료=복지부]<이사·전학 등에 따른 지원자격 주요 사례>
주요 사례
진료권 모집
광역권 모집
재학기간 중 같은 진료권 내에서 이사·전학
해당 진료권의 학교·거주요건을 계속 충족하면 지원 가능
해당 광역권 요건 충족 시 지원 가능
같은 광역권 내 다른 진료권으로 이사·전학
중학교는 광역 기준이므로 가능
고교는 진료권 지원 불가능
해당 광역권 내 학교·거주요건을 충족하면 지원 가능
다른 광역권으로 이사·전학
지원 불가능
지원 불가능
학교와 거주지가 서로 다른 진료권에 위치
원칙적으로 지원 불가능
* 시행령 개정안 확인 필요
동일 광역권 요건 충족 시 지원 가능
등록금·교재·실습·기숙사비까지 지원
지역의사전형의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은 학비 지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규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필요한 입학금과 수업료를 비롯해 교재비, 실습비, 기숙사비 등 주거비까지 지원한다. 구체적인 항목별 금액과 산정기준은 국가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매년 정한다.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마치고 의무복무까지 이행하면 이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정부는 학비 외에도 지역의사지원센터를 통해 진로상담과 직무교육, 경력개발, 국내외 연수, 주거 안정 등을 지원하고, 10년 복무가 끝난 뒤에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우선채용이나 의료취약지 개원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혜택만 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분명하다. 학비 지원을 받는 대신 향후 의사로서 근무지역을 선택할 자유가 크게 제한된다.
지역의사제는 학비와 교육·정착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10년 의무복무와 조건부 면허 등 의무도 함께 부과한다. [자료=보건복지부·교육부 '2027학년도 지역의사선발전형 지원 길잡이(FAQ)']의사면허에 '10년 지역복무' 조건 붙는다
지역의사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의무복무가 단순한 장학금 계약이 아니라 의사면허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지역의사전형 학생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발 당시 정해진 지역에서 10년간 복무한다'는 조건을 붙여 의사면허를 발급한다.
정부 안내자료는 이를 '조건부 면허'라고 표현하고 있다. 10년 의무복무가 끝나야 일반 의사면허로 전환된다.
따라서 졸업 이후 자신의 필요나 희망에 따라 근무지역을 자유롭게 바꿀 수 없다.
정부는 지원자와 학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으로 "의사면허 취득 후 최소 10년간 근무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고 별도로 명시했다.
이는 기존 지역인재전형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들어간 학생은 졸업 이후 어느 지역에서 일할지 선택할 수 있지만 지역의사전형은 입학 단계에서 미래 근무지역까지 상당 부분 결정된다.
전공의 수련한다고 10년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 아냐
전문의가 되기 위한 인턴·레지던트 수련기간을 10년 의무복무에 어떻게 포함하느냐도 지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 안내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기간은 원칙적으로 의무복무기간에 자동 산입되지 않는다. 의무복무지역 안에서 수련하는 경우에만 전부 또는 일부가 의무복무 기간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어떤 전문과목을 선택하는지, 해당 의무복무지역에 원하는 과목의 수련병원이 있는지에 따라 실제 지역에 묶이는 기간은 체감상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정부 역시 이를 고려해 전공의 수련지역과 의무복무 인정범위, 의무복무지역에 원하는 수련병원이 없는 경우 등을 별도 FAQ로 안내하고 있다.
지역의사전형이 단순히 '의대 6년 학비를 지원받고 졸업 뒤 10년 일하면 끝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 수련, 10년 의무복무까지 한 사람의 초기 의사 경력 대부분이 제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자료=보건복지부·교육부 '2027학년도 지역의사선발전형 안내'] "돈 돌려주면 10년 복무 안 해도 되나요?"
중도에 마음이 바뀌었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일반 장학제도와 다르다.
재학 중 자퇴하거나 제적되면 이미 지원받은 학비 전액에 법정이자 연 5%를 더해 반환해야 한다. 졸업 후 3년 이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에도 반환 대상이 된다.
특히 학비와 이자를 모두 돌려주면 의무복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 FAQ에는 "학비 전액과 이자를 갚으면 의무복무 없이 일반 면허를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해 의사면허를 취득했다면 법률에 따른 의무복무가 적용되며, 학비 반환만으로 이를 선택적으로 면제받을 수 없다.
의무복무 자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강도는 더 세진다.
정부는 시정명령을 거쳐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하거나, 경우에 따라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금 반환과 면허 제재가 별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첫 지역의사 490명…입시전형 아닌 '장기 경력 선택'
정부는 지역의사제를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역 필수·공공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설명한다.
실제로 2025년 12월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70명인 반면 경북 1.43명, 충남 1.57명, 전남 1.71명으로 격차가 크다. 정부는 지역에서 자란 학생을 뽑아 교육과 수련, 복무, 정착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 격차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무게도 상당하다.
의대 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졸업 이후 지역의료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가로 적어도 10년간 근무지역 선택권이 제한된다. 전공의 수련과 전문과목 선택까지 고려하면 고등학교 시절 지원한 전형이 20대와 30대 상당 기간의 삶과 경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도 이번 전형을 안내하면서 "의사면허 취득 후 최소 10년간 근무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부터 지원금 반환과 면허 제재까지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오는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첫 지역의사 수시모집은 단순히 새로운 의대 입시전형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학비 지원 규모나 합격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수련하고 어떤 방식으로 10년을 복무해야 하는지까지 자신의 장기 진로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