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비오 [사진=안텐진 홈페이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한국에서 이미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 MM)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치료제로 허가받은 혈액암 치료제 '엑스포비오(XPOVIO, 셀리넥서·selinexor)'가 미국에서 새로운 적응증 도전에 나선다.
미국 카리오팜 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는 31일(현지시간) 골수섬유증 환자 치료를 위한 엑스포비오와 룩솔리티닙(ruxolitinib) 병용요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충 신약허가신청(sNDA)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요청했으며 우선심사(Priority Review)도 함께 신청했다. 우선심사가 지정되면 심사기간은 6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
이번 신청은 3상 임상시험 'SENTRY(XPORT-MF-034, NCT04562389)' 결과를 근거로 한다. 카리오팜은 이 시험에서 비장 반응과 함께 전체생존기간(OS)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가속승인 여부를 가를 핵심은 비장용적 35% 이상 감소(SVR35)가 전체생존 개선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가능성이 있는 대리평가변수로 인정될 수 있느냐다. 카리오팜은 장기간 수집하는 SENTRY의 전체생존 자료를 향후 임상적 유익성을 확인하고 가속승인을 정식승인으로 전환하는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FDA와의 심사 과정에서 확증 근거 계획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FDA는 sNDA 제출 후 통상 60일 동안 신청서의 접수 여부를 검토한다. 카리오팜은 올해 4분기 FDA로부터 접수 여부와 접수될 경우 예상 심사 일정을 통보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ENTRY, JAK 억제제 미치료 환자 353명 대상
SENTRY는 이전에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치료를 받지 않은 골수섬유증 환자 3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이다. 혈소판 수가 100×10⁹/L를 초과한 환자를 대상으로 엑스포비오 60mg 주 1회와 룩솔리티닙 병용요법을 대조약인 위약+룩솔리티닙 병용요법과 비교했다. 환자들은 2대 1 비율로 엑스포비오 병용군에 배정됐다.
공동 1차평가변수는 24주차 비장용적 35% 이상 감소와 기저치 대비 24주 동안의 절대 총 증상점수(Abs-TSS) 평균 변화였다. 시험 결과는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고,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도 동시에 게재됐다. 유럽혈액학회(EHA)에서도 발표돼 학회가 선정한 6개 최우수 초록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골수섬유증은 골수에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이 어려워지는 희귀 혈액암이다. 비장비대와 진행성 빈혈, 피로, 쇠약, 복부 불편감, 조기 포만감, 야간발한, 골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환자는 약 2만 명, 유럽연합(EU) 환자는 약 1만 9000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허가된 치료제 계열은 룩솔리티닙 등을 포함한 JAK 억제제다.
안텐진, 한국 포함 아시아·태평양 권리 보유
엑스포비오는 카리오팜이 개발한 1세대 핵외수송단백질 엑스포틴1(exportin 1, XPO1) 억제제다. 카리오팜은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밖에서는 안텐진(Antengene), 메나리니(Menarini), 네오팜(Neopharm), 포러스(FORUS) 등 파트너들이 엑스포비오 또는 넥스포비오(NEXPOVIO)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 안텐진은 카리오팜과의 계약을 통해 중국 본토·홍콩·대만·마카오 등 중화권과 한국,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국가에서 셀리넥서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현재 엑스포비오는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마카오,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0개 시장에서 허가돼 있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와 대만, 호주, 한국, 싱가포르에서는 국가 보험 또는 공적 급여 체계에 포함돼 있다.
국내 MM·DLBCL 허가…MM 2개 적응증 급여
국내 허가 적응증은 MM 2개와 재발·불응 DLBCL 1개다.
MM에서는 이전 치료를 한 차례 이상 받은 성인 환자에게 보르테조밉(bortezomib)·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병용하거나, 최소 4차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뒤 2개 이상의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2개 이상의 면역조절제, 항-CD38 단클론항체에 불응한 재발·불응 환자에게 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용도로 허가돼 있다.
재발·불응 DLBCL에서는 최소 2차례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 가운데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포성 림프종에서 발생한 DLBCL도 허가 범위에 포함된다.
급여 범위도 확대됐다. 엑스포비오는 2024년 7월 1일부터 다수의 이전 치료에 불응한 재발·불응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요법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어 2026년 3월 1일부터는 이전 치료를 1회 받은 환자에서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요법까지 급여가 확대됐다.
셀리넥서는 2022년 5월 FDA로부터 골수섬유증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2023년 7월에는 원발성 골수섬유증과 본태성혈소판증가증 후 골수섬유증, 진성적혈구증가증 후 골수섬유증을 포함한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이번 sNDA가 받아들여지고 가속승인까지 이어질 경우 셀리넥서는 기존 MM·DLBCL에 이어 골수섬유증으로 치료 영역을 넓히게 된다. 안텐진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허가 결과는 향후 이 지역의 추가 적응증 개발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