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B 기반 2제요법과 기존 비스무스 4제요법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효과를 비교한 이미지. 대규모 메타분석에서 두 치료법의 제균율은 각각 86.4%와 85.0%로 비슷했지만, 이상반응 발생률은 2제요법이 17.1%로 4제요법(35.4%)의 절반 수준이었다. [AI 제작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제균 치료에서 P-CAB 기반 2제요법이 기존 비스무스 4제요법과 비슷한 제균율을 보이면서 이상반응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는 4000명이 넘는 대규모 분석에서 비스무스 4제요법과 비교해 제균율을 유지하면서도 치료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P-CAB 기반 2제요법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항생제 내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약제 수를 늘리기보다 위산 억제의 질을 높여 제균율을 유지하는 전략의 의미를 대규모 자료에서 확인한 셈이다.
멕시코 소치칼코대학연구센터와 미국 텍사스공대 보건과학센터 엘패소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분석은 P-CAB '보퀘즈나(VOQUEZNA, 성분명: 보노프라잔·vonoprazan)'와 항생제 아목시실린(amoxicillin) 2제요법을 PPI 기반 비스무스 4제요법과 직접 비교한 임상만 추려 종합했다. 15개 임상에서 보노프라잔-아목시실린 2제요법군 2204명과 PPI 기반 비스무스 4제요법군 2206명 등 4410명을 분석했다.
제균율 비슷·이상반응 위험 52%↓
분석 결과 제균율은 2제요법 86.4%, 4제요법 85.0%였으며, 상대위험도(RR)는 1.03으로 두 군 간 차이가 없었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2제요법 17.1%, 4제요법 35.4%로 2제요법의 위험이 52% 낮았다(RR 0.48).
오심(4.4% vs 10.6%)과 쓴맛(5.6% vs 14.5%)에서 차이가 두드러졌고, 설사 발생률과 복약 순응도는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제균 효과에 대한 근거 확실성은 '중등도'로 평가됐다.
P-CAB, PPI보다 빠르고 강한 위산 억제가 핵심
헬리코박터 제균은 위산을 억제한 상태에서 항생제로 균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PPI는 위벽세포의 프로톤펌프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하지만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식사와 투여 시점의 영향을 받는다.
P-CAB은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프로톤 펌프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투약 첫날부터 빠르고 강하게 위산을 억제하며 지속 시간도 길다. 이처럼 강화된 위산 억제 환경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증식 단계로 들어서면 아목시실린 단일 항생제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2제요법의 원리다.
비스무스 4제요법은 PPI·비스무스에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등 항생제 2종을 더해 내성 영향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복용 약물 수와 이상반응 부담이 크다.
국내 P-CAB 연구는 진행 중…개발사에도 긍정적 신호
국내에는 HK이노엔의 '케이캡(K-CAB, 성분명: 테고프라잔·tegoprazan)'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Fexuclue, 성분명: 펙수프라잔·fexuprazan)' 등 자체 개발 P-CAB이 사용되고 있다.
테고프라잔·펙수프라잔 모두 보노프라잔과 마찬가지로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프로톤 펌프에 결합하는 P-CAB 계열의 기본 기전을 공유한다. 이번 메타분석이 보노프라잔으로 얻어진 결과인 만큼 국내 약물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2제요법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핵심이 P-CAB의 강한 위산 억제력이라는 점에서 케이캡·펙수클루를 개발·판매 중인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
P-CAB 2제요법의 가능성에 대한 국내 관심은 이미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과 맞물려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P-CAB 처방 시장은 2023년 2117억원에서 2024년 2793억원으로 31.9% 늘었고, 2025년 1분기에도 7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증가했다. 케이캡이 5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펙수클루가 뒤를 쫓고 있으며 2024년 10월 출시된 제일약품·동아ST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zastaprazan)'까지 가세해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P-CAB 2제요법의 효과가 강한 위산 억제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같은 기전을 공유하는 국내 P-CAB들도 유사한 전략을 탐색할 이론적 근거가 생겼다. 어느 P-CAB을 어느 용량으로, 얼마나 투여할 때 최적인지는 국내 약물 각각에 대한 임상으로 따로 확인해야 할 과제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Microbiology)' 8월 24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