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부광약품이 오는 9월 말 자사의 항정신병약 '라투다(Latuda, 성분명 루라시돈·lurasidone)'의 적응증을 주요우울장애로 넓히기 위한 임상 3상에 착수한다. 지난 6월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번 임상은 기존 항우울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루라시돈을 추가하는 부가요법(add-on)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규제시장에서 아직 허가되지 않은 치료 방식이다. 환자는 기존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하면서 라투다를 추가로 투여받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광약품은 오는 9월 28일부터 제주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만 19~65세 주요우울장애 환자 364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다.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은 2027년 10월이다.
항우울제 듣지 않는 환자 354명 대상 임상
임상 대상은 항우울제 한 가지에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주요우울장애 환자다. 최소유효용량 이상의 항우울제를 6주 넘게 복용했는데도 증상이 절반 이상 개선되지 않은 환자 가운데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평가척도(MADRS) 24점 이상, 임상전반인상척도(CGI-S) 4점 이상인 환자가 참여할 수 있다.
MADRS는 우울감과 수면, 식욕, 집중력 등 10개 항목을 0~60점으로 평가하는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이 심하다는 의미다.
환자들은 기존 항우울제를 계속 복용하면서 루라시돈을 20·40·60mg 범위에서 하루 한 번 투여받는다. 연구진은 8주 뒤 MADRS 점수가 임상 시작 시점보다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위약군과 비교해 유효성을 평가한다.
MADRS 점수가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인 반응률과 MADRS 점수가 10점 이하로 떨어져 관해 기준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도 평가한다. 우울증에 흔히 동반되는 불안 증상의 변화는 해밀턴 불안평가척도(HAM-A), 직장·가정생활 등 일상기능 회복 정도는 셰한장애척도(SDS)를 통해 확인한다.
체중과 허리둘레, 임상검사 이상소견, 추체외로증상(AIMS·BARS·SAS), 심전도, 자살사고·자살행동 등 안전성 지표도 함께 평가한다.
양극성 아닌 '단극성 우울증' 환자 겨냥
이번 임상이 주목되는 이유는 현재 루라시돈이 허가받은 우울증 영역과 치료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극성 우울증과 주요우울장애로 대표되는 단극성 우울증은 치료 방식에 차이가 있다. 양극성 우울증에서는 조증 전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기분조절제나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중심으로 치료한다. 항우울제를 사용하더라도 이들 약제와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주요우울장애는 항우울제가 기본 치료다. 충분한 용량과 기간 동안 항우울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부족하면 다른 항우울제로 교체하거나 다른 계열 약물을 추가하는 증강요법을 고려한다.
현재 루라시돈은 미국과 일본에서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의 우울삽화 치료에 허가돼 있다. 유럽에서는 조현병 적응증으로 허가돼 있다. 부광약품이 이번에 개발하는 주요우울장애 환자의 항우울제 부가요법은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규제시장에서 아직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이다.
기존 병용연구와 무엇이 다른가
루라시돈의 우울 증상 개선 효과를 평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해 8월 온라인 공개된 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논문 'Transdiagnostic efficacy of lurasidone on depressive symptom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은 루라시돈을 평가한 무작위대조시험 14건, 5239명의 자료를 통합 분석했다. 연구 결과 루라시돈은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주요우울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에서 위약보다 우울 증상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기존 병용 임상은 리튬(lithium)이나 발프로에이트(valproate) 같은 기분조절제를 복용 중인 양극성장애 환자에게 루라시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광약품의 이번 임상은 대상 질환과 기반 치료가 다르다. 양극성 우울증 환자에게 기분조절제를 유지하면서 루라시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우울장애 환자가 기존 항우울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루라시돈을 추가한다.
따라서 임상에 성공하면 항우울제 단독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주요우울장애 환자에게 루라시돈을 추가하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 100억 넘어선 라투다 … 적응증 확대 시 시장 넓어져
부광약품은 2017년 일본 스미토모 파마(Sumitomo Pharma)에서 라투다를 도입한 뒤 국내 허가에 필요한 가교임상을 거쳐 2023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부광약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라투다 매출은 출시 첫해인 2024년 18억 6900만 원에서 2025년 109억 5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0억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연간 매출의 약 64%를 반년 만에 달성했다.
라투다가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7%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정'(성분명 알티옥트산·매출 99억 6100만 원, 10%)과 빈혈치료제 '훼로바유서방정'(성분명 건조황산제일철·80억 3000만 원, 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처방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종합병원 158곳에서 원내처방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도 모두 진입했다. 전문 정신병원 134곳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1154곳에서도 처방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KMAP-BP 2026)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받았다.
이번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주요우울장애 부가요법 적응증을 확보하면 라투다는 조현병과 양극성장애를 넘어 항우울제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주요우울장애 환자까지 처방 대상을 넓힐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