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별도의 허가 치료제 없이 항생제와 기도 청소 등 증상 관리에 의존해온 비낭성섬유증 기관지확장증(non-cystic fibrosis bronchiectasis, NCFB)에 일본 최초의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다.
미국 바이오제약사 인스메드(Insmed Incorporated)는 24일(현지시간) 일본 후생노동성(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MHLW)이 경구용 DPP1 억제제 '브린수프리'(BRINSUPRI, 성분명: 브렌소카팁·brensocatib) 25mg을 12세 이상 NCFB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NCFB 자체를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첫 치료제다.
이번 승인으로 브린수프리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8월 브린수프리 10mg과 25mg을 12세 이상 NCFB 환자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해 11월 25mg 용량이 허가됐으며, 대상은 최근 12개월 동안 폐 악화를 2회 이상 경험한 12세 이상 환자다.
일본 허가범위는 유럽과 달리 이전 12개월 동안 특정 횟수 이상의 악화를 경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않았다. 허가 용량은 25mg으로 하루 한 번 경구 투여한다.
사상 첫 비낭성섬유증 기관지확장증(NCFB) 표적치료제 '브린수프리(Brinsupri, 성분명: 브렌소카팁·brensocatib)' 10mg·25mg. 일본에서는 25mg 제형이 허가됐다. [사진=인스메드 홈페이지]감염 치료 아닌 '염증 기전' 직접 겨냥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점액 배출 기능이 떨어지고 감염과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진행성 폐질환이다. 이 과정이 계속되면 기관지벽이 손상되고 폐기능도 점차 저하될 수 있다.
낭성섬유증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한 것이 NCFB다. 환자는 만성 기침과 과도한 가래, 호흡곤란, 피로 등을 겪으며 반복적인 호흡기 감염과 폐 악화로 항생제 치료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동안 치료는 기도 내 분비물 제거와 감염 발생 시 항생제 사용 등 질환 관리에 집중돼 있었다.
브린수프리는 이러한 기존 치료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이 약은 디펩티딜펩티다아제1(dipeptidyl peptidase 1, DPP1)을 경쟁적·가역적으로 억제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DPP1은 호중구에서 호중구 엘라스타제(neutrophil elastase), 카텝신 G(cathepsin G), 프로테이나제3(proteinase 3) 등 호중구 세린 단백분해효소(neutrophil serine proteases, NSPs)의 활성화에 관여한다.
NCFB 환자에서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NSP가 기관지벽 손상과 점액 증가, 지속적인 염증에 관여한다. 브렌소카팁은 DPP1을 차단해 NSP 활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 과정 자체를 겨냥한다. EMA는 브린수프리를 NCFB의 첫 치료제로 평가했으며 가속심사를 거쳐 허가를 권고한 바 있다.
1721명 3상서 연간 폐 악화 19% 감소
일본 승인의 근거가 된 핵심 임상시험은 글로벌 3상 'ASPEN'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ASPEN에는 성인 1680명과 청소년 41명 등 총 1721명의 기관지확장증 환자가 참여했다. 환자들은 브렌소카팁 10mg, 25mg 또는 위약을 하루 한 번씩 52주 동안 투여받았다. 일차평가변수는 연간 폐 악화 발생률이었다.
연간 폐 악화 발생률은 위약군 1.29회에서 브렌소카팁 10mg군 1.02회, 25mg군 1.04회로 감소했다. 위약과 비교하면 각각 약 21%와 19% 낮은 수준으로 두 용량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허가된 25mg의 발생률비(rate ratio)는 0.81이었다.
첫 폐 악화까지 걸린 기간도 길어졌다. 중앙값은 위약군 36.71주에 비해 25mg군에서 50.71주였다. 52주 동안 한 차례도 폐 악화를 경험하지 않은 환자 비율 역시 위약군 40.3%에서 25mg군 48.5%로 높아졌다.
폐기능에서도 25mg 용량의 효과가 확인됐다. 1초간 노력성호기량(forced expiratory volume in one second, FEV1)은 52주 동안 위약군에서 62mL 감소한 반면 25mg군에서는 24mL 감소했다. 두 군의 차이는 38mL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10mg군의 감소폭은 50mL로 위약 대비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세 군에서 대체로 비슷했지만 브렌소카팁 투여군에서는 과각화증(hyperkeratosis)이 더 많이 관찰됐다. 인스메드는 일본 승인 발표에서 ASPEN에서 5% 이상 발생한 주요 치료 중 이상반응으로 코로나19, 비인두염, 기침, 두통 등을 제시했다.
미국·유럽 이어 일본까지 주요시장 진입
브린수프리는 2025년 8월 12일 미국에서 처음 허가되면서 NCFB에 대한 최초의 FDA 승인 치료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10mg과 25mg 두 용량을 사용할 수 있고, 허가 당시 환자의 과거 폐 악화 횟수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같은 해 11월 18일 품목허가를 받았다. 유럽 허가는 25mg 단일 용량이며 최근 12개월 동안 2회 이상 악화를 경험한 12세 이상 NCFB 환자로 사용대상을 제한했다. 영국에서도 올해 2월 23일 같은 범위로 허가됐다.
일본에서도 25mg이 허가되면서 브린수프리는 미국·유럽·영국·일본 등 주요 의약품 시장에 모두 진입하게 됐다. 다만 한국에서는 임상 자체가 실시되지 않았으며, 물질 특허가 지난 2015년 우리나라 특허청에 출원되었고 2022년 특허 등록 결정을 받은 사실만 확인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NCFB는 감염과 염증, 기관지 손상이 반복되면서 폐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이를 직접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가 없었다. 브린수프리의 등장은 감염 발생 때마다 대응하는 기존 치료에서 벗어나 질환 진행에 관여하는 호중구 염증 경로를 장기간 조절하는 치료전략이 실제 의료현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간 DPP1을 억제했을 때의 안전성과 실제 질병 진행 억제효과는 앞으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유럽 규제당국은 인스메드에 브린수프리 장기 투여 환자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추가 연구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