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많은 신규 항암제를 승인하며 양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심사 속도와 세계 최초 계열 신약 승인에서는 FDA가 여전히 뚜렷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프렌즈 오브 캔서 리서치(Friends of Cancer Research) 연구진은 FDA와 NMPA의 공개 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두 기관이 최초 판매를 허가한 신규 항암제 현황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항암 적응증으로 최초 허가된 새로운 분자물질과 생물학적 제제다.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나 후속 승인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연구 결과, 6년간 NMPA가 승인한 신규 항암제는 94개로 FDA의 87개보다 7개 많았다. FDA는 2020년 18개, 2021년 16개, 2022년 12개를 승인해 같은 기간 NMPA의 6개, 14개, 6개를 앞섰다.
중국, 2023년부터 승인 건수 역전
연간 승인 건수의 흐름은 2023년을 기점으로 뒤바뀌었다. NMPA는 2023년 15개, 2024년 21개, 2025년 32개를 승인해 같은 기간 각각 12개, 17개, 12개를 승인한 FDA를 3년 연속 앞질렀다. 특히 2025년에는 중국의 승인 건수가 미국의 2.7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2020~2025년 미국 FDA와 중국 NMPA의 신규 항암제 승인 현황. FDA는 2020~2022년 승인 건수에서 앞섰지만, NMPA가 2023년부터 3년 연속 FDA를 추월했다. 각 막대는 신속심사와 일반심사 건수를 구분해 표시했다. (자료=Health Affairs Scholar, 헬스코리아뉴스 재구성)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바이오의학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가 신규 항암제 개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규제 개혁과 심사 역량 확대, 생산 능력 확충, 상대적으로 빠른 임상시험 환자 등록 환경 등이 승인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두 기관 모두 신규 항암제 심사에 신속절차를 폭넓게 활용했다. FDA 승인 품목 가운데 우선심사, 가속승인 또는 혁신치료제 지정 등 한 가지 이상의 신속절차를 적용받은 의약품은 76개로 전체의 87%였다. NMPA는 94개 가운데 61개인 65%가 우선심사, 조건부승인 또는 혁신치료제 지정 등의 신속절차를 거쳤다.
신속절차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된 제도는 우선심사였다. FDA 승인 품목의 84%, NMPA 승인 품목의 57%가 우선심사를 적용받았다. 가속승인 또는 조건부승인 비율은 FDA 52%, NMPA 49%로 비슷했다.
혁신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에 부여하는 혁신치료제 지정은 FDA 승인 품목의 55%에 해당하는 48개에 적용됐다. NMPA에서는 30개로 전체 승인의 32%에 머물렀다.
승인량은 중국, 심사 속도는 미국
전체 신규 항암제의 심사기간 중앙값은 FDA가 235일, NMPA가 417일이었다. FDA의 심사기간이 NMPA보다 중앙값 기준 182일 짧았다.
한 가지 이상의 신속절차를 적용받은 품목의 심사기간 중앙값도 FDA 231일, NMPA 363일로 FDA가 빨랐다. 신속절차를 적용하지 않은 일반심사의 경우 FDA는 350일, NMPA는 512일이 걸렸다. 두 기관 모두 신속심사 품목의 심사기간이 일반심사보다 짧았지만, 모든 비교 항목에서 FDA의 심사 속도가 앞섰다.
연구 기간 두 기관에서 모두 승인된 신규 항암제는 14개였다. 이 가운데 10개는 FDA에 먼저 허가 신청서가 제출됐으며, 11개는 FDA에서 먼저 승인됐다. FDA 제출 시점은 NMPA보다 중앙값 기준 57일 빨랐고, 승인 시점은 164일 앞섰다. 동일 품목의 심사기간 역시 FDA가 중앙값 기준 117일 짧았다.
연구진은 두 기관에서 동시에 승인된 품목 수가 14개에 불과해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의 국가별 허가 신청 전략과 제출 시점, 신청 당시 임상개발 완성도 등도 심사기간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 측면에서도 FDA의 우위가 확인됐다. 전체 167개 신규 항암제 가운데 새로운 작용기전과 표적 조합을 보유한 세계 최초 계열 신약으로 분류된 품목은 36개였다. 이 가운데 FDA가 먼저 승인한 품목은 30개로 83%를 차지했고, NMPA가 먼저 승인한 품목은 6개였다.
NMPA는 이후 FDA가 먼저 승인한 30개 가운데 13개를 추가 승인했다. 반면 2026년 6월 기준 NMPA가 먼저 승인한 6개 최초 계열 항암제 가운데 FDA 허가를 받은 품목은 없었다.
연구진은 중국이 승인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혁신 항암제가 처음 허가·출시되는 핵심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초기단계 최초 계열 후보물질과 국내 개발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양국의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헬스 어페어스 스칼라(Health Affairs Schola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