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erck & Co., 미국·캐나다 외 MSD)의 기업 로고와 경구용 의약품을 형상화한 이미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세계 최초의 경구용 PCSK9 억제제 '립펜드라'를 승인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주사제 중심으로 형성돼 온 PCSK9(프로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 9형, 간의 LDL 수용체 분해를 촉진하는 단백질) 억제제 시장에 처음으로 먹는 치료제가 등장했다. 강력한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에도 주사 투여가 필요했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하루 한 번 정제로 복용할 수 있어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허가는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수치 감소 효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비롯한 주요 심혈관사건이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까지 낮출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지시간 16일 미국 머크(Merck & Co., 미국·캐나다 외 MSD)의 '립펜드라(Lipfendra, 성분명: 엔리시타이드·enlicitide)' 20mg 정제를 고콜레스테롤혈증 성인 환자의 LDL-C 저하 치료제로 승인했다.
허가 대상에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도 포함됐다. '립펜드라'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요법으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FDA가 공복 조건은 제품 처방정보에서 최종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한 뒤 출고하는 게 가장 안전해.의 작용을 차단하는 경구용 의약품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항체 주사제 효과를 알약으로 구현
PCSK9는 간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와 결합해 해당 수용체의 분해를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LDL 수용체는 혈액 속 LDL-C를 간으로 끌어들여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PCSK9의 작용이 활발해지면 LDL 수용체가 줄어들면서 혈중 LDL-C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립펜드라'는 PCSK9와 LDL 수용체의 결합을 억제하는 새로운 거대고리형 펩타이드(macrocyclic peptide) 의약품이다. PCSK9를 차단해 간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가 분해되지 않도록 하고, 혈액 속 LDL-C 제거를 촉진한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 등 기존 치료만으로 LDL-C가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고위험 환자에게 사용되는 강력한 지질저하제다. 암젠의 '레파타(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evolocumab)'와 사노피·리제네론의 '프랄런트(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alirocumab)' 등 기존 치료제는 항체 기반 피하주사제다.
'립펜드라'는 기존 주사형 PCSK9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경로를 표적으로 하면서도 이를 정제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MSD는 거대고리형 펩타이드 기술을 활용해 항체 치료제와 유사한 표적 선택성과 LDL-C 저하 효과를 경구제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3207명 대상 임상서 LDL-C 56~59% 감소
이번 승인은 '코랄리프 리피즈(CORALreef Lipids)'와 '코랄리프 HeFH(CORALreef HeFH)' 등 2건의 무작위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두 연구에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던 중증 고콜레스테롤혈증 성인 환자 총 3207명이 참여했다. 두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치료 24주차 LDL-C의 기저치 대비 변화율이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이 있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 2904명을 대상으로 한 '코랄리프 리피즈' 연구에서 환자들의 평균 기저 LDL-C 수치는 96mg/dL였다. 연구 결과 '립펜드라'는 치료 24주차에 위약 대비 LDL-C를 56% 감소시켰다.
MSD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LDL-C 측정값을 제외한 수정된 데이터 처리 기준을 적용해 사후 분석한 결과에서는 LDL-C 감소율이 60%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사전에 설정된 1차 분석 결과가 아니라 연구 완료 후 수정된 기준을 적용한 사후 분석 결과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303명이 참여한 '코랄리프 HeFH' 연구에서는 평균 기저 LDL-C 수치가 119mg/dL였다. 이 연구에서 '립펜드라'는 치료 24주차에 위약 대비 LDL-C를 59% 감소시켰다. 이와함께 '립펜드라'는 LDL-C 이외의 죽종형성 지단백 수치도 낮췄다.
'코랄리프 리피즈' 연구에서는 비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non-HDL-C)과 아포지단백 B(ApoB)가 각각 평균 54%, 50% 감소했다. '코랄리프 HeFH' 연구에서는 non-HDL-C와 ApoB가 각각 52%, 48% 줄었다.
non-HDL-C와 ApoB는 LDL-C와 함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하는 주요 지질 지표다.
◇ 아침 공복에 복용…이상반응은 위약과 유사
'립펜드라'는 20mg 정제를 하루 한 번 아침 공복에 복용한다. 물이나 블랙커피, 우유·크림·감미료 등을 첨가하지 않은 차와 함께 복용할 수 있다. 복용 후에는 최소 30분 동안 음식이나 다른 음료를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복용 전 8시간 동안 반드시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은 공식 처방정보에 명시돼 있지 않다. 아침 공복에 복용하고 이후 30분 동안 음식물 섭취를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전성은 대체로 위약과 유사했다. '코랄리프 리피즈' 연구에서는 이상반응 발생 빈도와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이 '립펜드라' 투여군과 위약군에서 비슷했다.
'코랄리프 HeFH' 연구에서는 설사와 어지러움이 위약군보다 자주 발생했다. 설사 발생률은 '립펜드라' 투여군 7%, 위약군 2%였으며, 어지러움은 각각 9%와 4%였다.
두 연구 모두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립펜드라'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 LDL-C 낮췄지만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는 미확립
'립펜드라'의 이번 허가는 LDL-C를 비롯한 지질 수치 감소 효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LDL-C는 동맥벽에 축적돼 죽상경화반을 형성하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LDL-C 수치를 낮춘 효과와 특정 치료제가 실제 심혈관사건이나 사망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주사형 PCSK9 억제제는 별도의 대규모 심혈관 예후 연구를 통해 주요 심혈관사건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반면 '립펜드라'가 심혈관질환 이환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MSD 역시 공식 승인자료에서 이 같은 한계를 명시했다.
MSD는 1만 45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심혈관 예후 연구 '코랄리프 아웃컴스(CORALreef Outcomes)'를 통해 '립펜드라'가 주요 심혈관사건과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회사는 '코랄리프 아웃컴스'를 포함해 전체 CORALreef 임상 프로그램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1만 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립펜드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FDA는 '립펜드라'의 이번 적응증에 우선심사(Priority Review)를 적용했다. 허가는 머크 샤프 앤드 돔(Merck Sharp & Dohme LLC)에 부여됐다.
이번 승인은 주사제만 존재했던 PCSK9 억제제 영역에 경구용 치료제를 처음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립펜드라'가 주사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접근성과 치료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을지, 향후 심혈관 예후 연구에서도 임상적 혜택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시장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