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다파정 [사진=보령 홈페이지][헬슨코리아뉴스 / 이창용] 당뇨병·심부전·만성신장병 치료제로 널리 쓰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이 희귀혈액질환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환자 빈혈 치료에서도 쓸 수 있는지 검증에 들어간다. 현재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의약품 가운데 해당 적응증을 획득한 약물은 없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순천향대병원 윤석윤 교수 연구팀은 저위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환자의 빈혈 개선을 위해 다파글리플로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 시험 'DAPA-MDS1'을 오는 9월 시작할 예정이다. 임상 종료 시점은 2029년 1월이다.
1차 평가지표는 다파글리플로진 10mg을 하루 한 번씩 24주간 투여한 뒤, 수혈 없이 헤모글로빈 수치가 기저치보다 1.0g/dL 이상 증가한 상태가 8주 이상 유지되는 비율을 평가하는 것이다.
MDS는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희귀 혈액질환으로, 환자의 약 90%가 빈혈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위험군 환자들은 1차 치료로 적혈구조혈자극제(ESA)를 쓰지만 반응률이 40~60%에 그치고 효과도 평균 18~24개월이면 소실돼, 결국 수혈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ESA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효과가 소실된 환자에서는 한국BMS제약의 '루스파터셉트(Luspatercept, 제품명: 레블로질·Reblozyl)'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약물은 'TGF-β(형질전환증식인자-베타) 초계열 리간드'를 억제해 적혈구 성숙을 촉진하는 기전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에 다소 제한이 있다."
이번 임상에는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제품인 '트루다파'를 보유한 보령이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근거는 당뇨약 복용 시 헤모글로빈 개선 연구
당뇨병 치료제인 '다파글리플로진'이 MDS 빈혈 치료제 후보로 떠오른 배경에는 2020년 캐나다 연구진이 수행한 실험이 있다. 연구 결과, 2형 당뇨병 및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수치와 적혈구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2025년 빈혈이 있는 MDS 및 골수형성이상/골수증식종양(MDS/MPN)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투여와 헤모글로빈 수치 변화의 연관성을 살펴본 후향적 연구 결과가 혈액암 분야서 권위가 있는 학술지 '헤마톨로지카(Haematologica)'에 실리기도 했다.
여기에 빈혈이 동반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및 골수형성이상/골수증식종양(MDS/MPN)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투여와 헤모글로빈 수치 변화의 연관성을 살펴본 후향적 연구 결과가 같은 해 혈액암 분야 권위지인 '헤마톨로지카(Haematologica)'에 게재되기도 했다.
다만, 이들 연구는 표본 수가 적고 후향적 설계라는 한계가 있어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임상으로 당뇨병 치료제로만 여겨졌던 SGLT2 억제제가 희귀 혈액질환 영역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른 제네릭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은?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만약 다파글리플로진이 MDS 빈혈 적응증 승인을 받으면 트루다파와 성분이 완전히 같은 수십 종 다파글리플로진 제네릭도 곧바로 같은 적응증을 획득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트루다파'가 이번 연구를 통해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적응증을 획득하면, 동일 성분의 다른 '다파글리플로진' 제네릭에도 동일 적응증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제로 국내 '다파글리플로진' 계열 약물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포시가(Forxiga)'는 2014년 국내 출시된 첫 SGLT2 억제제로, 제2형 당뇨병을 시작으로 만성심부전과 만성신장병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2024년 4월 물질특허가 만료된 후 60여 개의 제네릭이 잇따라 출시되자, 아스트라제네카는 같은 해 5월 국내에서 포시가의 당뇨병 적응증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당시 포시가가 보유하고 있던 만성심부전과 만성신장병 임상자료는 공동판매사였던 HK이노엔(HK inno.N)의 '다파엔'으로 이전되었다. 이들 적응증에 대한 재심사(PMS) 기간이 남아 있었기에, 후발 제네릭사들은 해당 임상자료를 활용할 수 없어 허가 획득에 난항을 겪었다. 그 결과 '다파엔'은 일정 기간 해당 적응증을 사실상 독점하며 시장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 재심사 기간이 종료되면서 임상자료 보호 장벽이 사라졌고, 2025년 초부터 보령의 '트루다파'를 비롯한 여러 제네릭이 만성심부전과 만성신장병 적응증을 추가하며 추격에 나설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DAPA-MDS1' 임상이 성공해 다파글리플로진이 MDS 빈혈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해당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는 제약사가 재심사 기간 동안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다파글리플로진' 키우는 보령… 포트폴리오 확장 가속
그럼에도 보령은 이번 임상에 직접 참여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보령은 2023년 4월 '트루다파'를 출시한 이후,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복합제인 '트루다파엠', '다파글리플로진·피오글리타존' 조합의 개량신약 '트루버디'까지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왔다.
여기에 현재 보령은 자사 고혈압 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와 '다파글리플로진'을 결합한 복합제 후보물질 'BR1019'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보령이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의 임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사 약물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를 높이고 당뇨병 외 다양한 만성질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