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프랑스 제약기업 입센(Ipsen)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디스포트(Dysport)'가 편두통 예방 치료제 시장에서 애브비(AbbVie)의 '보톡스(Botox)'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었다.
입센은 9일(현지시간) 디스포트가 만성 편두통과 삽화성 편두통 예방 효과를 평가한 두 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모두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기존 치료 영역을 넘어 더 넓은 편두통 환자군으로 치료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디스포트의 편두통 예방 효과를 평가한 글로벌 3상 임상 프로그램 '비온드(Beond)'를 통해 도출된 것이다. 비온드 프로그램은 만성 편두통을 평가한 'C-Beond'와 삽화성 편두통을 평가한 'E-Beond' 두 건의 임상시험으로 구성됐으며, 총 1510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두 임상시험 모두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으며, 위약 대비 월간 편두통 발생 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제약기업 입센(Ipsen)의 '디스포트(Dysport)'가 보툴리눔 톡신 시장 최초로 만성 및 삽화성 편두통 예방 효과를 모두 확인하며 게임 체인저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AI 생성 이미지]입센 "삽화성 편두통까지 예방 가능성"…보톡스와 차별화 전략
현재 보툴리눔 톡신 기반 편두통 예방 치료 시장은 애브비의 보톡스가 주도하고 있다.
보톡스는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만성 편두통 환자의 두통 예방 치료 적응증을 승인받은 이후 시장을 형성해왔다. 반면 디스포트는 현재 경부 근긴장이상증, 미간 주름, 경직(spasticity) 등 일부 적응증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편두통 적응증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입센은 이번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디스포트가 만성 편두통뿐 아니라 삽화성 편두통까지 치료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삽화성 편두통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14일 이하의 두통이 발생하면서 최소 6일 이상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를 의미한다. 입센은 "이 환자군이 만성 편두통 환자보다 훨씬 큰 규모의 치료 대상군"이라고 설명했다.
입센 글로벌 연구개발 책임자인 크리스텔 위게(Christelle Huguet) 박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는 디스포트가 폭넓은 편두통 환자군에게 잠재적인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입센은 이번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미국 FDA를 포함한 주요 규제기관 허가 신청을 준비할 계획이다.
보톡스 지난해 매출 64억 달러…디스포트,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나서
이번 임상 성공은 입센이 보톡스 중심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애브비의 보톡스는 치료 및 미용 분야를 포함해 지난해 약 64억 달러(한화 9조 633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반면 입센의 디스포트 매출은 2025년 기준 치료 분야에서 2억 9800만 유로(약 3억 4100만 달러), 미용 분야에서 4억3600만 유로(약 5억 달러) 수준으로 보톡스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
하지만 편두통 예방이라는 대형 치료 시장에서 추가 적응증 확보에 성공할 경우 디스포트의 성장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편두통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4~15%가 경험하는 흔한 신경계 질환으로, 예방 치료 시장에서는 기존 치료제와 새로운 기전의 약물 간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계열 치료제가 편두통 예방 치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보툴리눔 톡신 계열 치료제가 새로운 적응증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세대 신경독소 치료제 개발도 병행…입센, 톡신 사업 확대 추진
입센은 디스포트 외에도 차세대 재조합 신경독소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입센은 재조합 신경독소 후보물질 '코라보타제(corabotase, IPN10200)'를 개발 중이며, 해당 물질은 현재 미용 분야에서 3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입센은 차세대 신경조절제 개발 과정에서 과거 갈더마(Galderma)와 연구개발 협력 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겪기도 했다. 입센은 2014년 체결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 종료를 추진했고, 2026년 1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소는 입센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입센은 미용 분야 임상 단계 신경독소 프로그램에 대한 독자적 통제권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디스포트의 상업화 협력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디스포트의 편두통 예방 3상 주요 평가변수 충족 결과가 단순한 적응증 확대를 넘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