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제네릭 상표권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 국내 제약사들이 결국 자사 제품의 명칭을 일제히 변경했다. 대법원의 상표권 무효 확정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수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로,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쌓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는 최근 자사의 베믈리디 제네릭 제품명을 기존 '베믈리'가 들어간 이름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 완료하고 허가사항에 반영했다.
가장 먼저 제품명 변경을 단행한 곳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16일 기존 '베믈리버정'의 명칭을 '타프비어정'으로 변경 승인받았다.
이어 동아에스티와 삼일제약도 같은 달 22일 일제히 제품명을 바꿨다. 동아에스티는 '베믈리아정'을 '타프리아정'으로, 삼일제약은 '베믈리노정'을 '테노에스정'으로 각각 명칭 변경 절차를 완료했다.
이번 제품명 변경은 대법원의 상표권 무효 최종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국내 3사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제네릭 3사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네릭 간판을 바꿔 단 이들 제약사는 재정적·영업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제네릭 출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처방처를 확대하고 의료진에게 제품을 인식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과 공들인 브랜드 인지도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행정적·실무적 부담도 생겼다. 새로운 포장 박스, 알약 포장재(PTP), 설명서 등을 새로 제작해 공급해야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목록 수정, 요양기관 처방 코드 변경 등 인허가 후속 행정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의약 유통망과 일선 조제 현장의 혼란 역시 예고된 수순이다. 병원 전산망과 전자처방전 시스템의 제품명 교체 및 기존 재고 처리 문제 등으로 처방·조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장기 복용자가 많은 만큼, 약 이름이 갑자기 바뀔 경우 약국과 병원에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엎치락뒤치락 상표권 분쟁 … '베믈리' 3글자가 가른 요부 판단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의 제네릭 제품명이 오리지널 제품인 베믈리디와 앞부분 '베믈리'라는 3글자가 겹쳐, 처방 현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심각한 상표 오인 및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023년 7월 특허심판원에 상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전문의약품의 특성상 의사와 약사 등 의약 전문가가 처방과 조제를 담당하므로 오인·혼동 가능성이 낮고, 상표 전체를 하나의 조어로 인식해야 하기에 식별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국내 제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격인 특허법원은 이러한 판결을 뒤집고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내 제약사들에 패소 판결을 했다. '베믈리'라는 음절이 해당 의약품 상표에서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는 핵심 부위인 '요부'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영문 표기 시 'Vemlidy'와 제네릭 제품 간의 형태적·시각적 유사성이 극도로 높아져, 전산망 입력 및 처방 과정에서 의사나 약사가 오처방이나 오조제 실수를 범할 위험이 실질적으로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법원에 상고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하면서 패소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