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령이 항암제 생산 시설의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의 전 세계 판매를 앞둔 상황에서 선제적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확대 작업이다.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오리지널 항암제의 자체 생산 전환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본격화까지 염두에 둔 생산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보령은 예산캠퍼스(이하 예산공장) 주사제동 증축 프로젝트를 맡은 담당자 모집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인재 확보에 돌입했다.
이번에 채용되는 인력은 장비 사용자 요구사항 명세서(URS) 작성부터 장비 제작 및 설치 일정 관리, 적격성 평가 수행 등의 업무를 맡아, 바이알 충전 라인, 아이솔레이터, 동결건조기, 자동 이물검사기 등 고도화된 무균 주사제 제조 환경 구축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다루게 된다.
이번 주사제동 증축은 기존 시설의 단순한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증설을 넘어 완전히 독립적인 새로운 주사제동을 신축하는 수준의 대규모 인프라 확충 작업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공급을 앞두고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보령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 등을 포함한 글로벌 영업권 일체에 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보령은 한국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대로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포괄적으로 이어받게 됐다.
탁소텔은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폭넓게 쓰이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핵심 약제다.
보령은 탁소텔 비즈니스 인수와 함께 대규모 자체 생산 및 증산 로드맵을 수립했다. 예산공장 항암제동 신축을 통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생산량을 2026년 1만 4850바이알에서 2030년 73만 3000바이알로 49.3배가량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보령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탁소텔의 자체 생산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해 항암 주사제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이와 관련한 제반 사항 준비 차원에서 인력 충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젬자·알림타' 이어 '탁소텔'까지 … 한계 달한 생산능력 신규 설비로 돌파
예산공장의 생산라인은 일반 고형제와 항암 주사제로 나뉜다. 그중 항암 주사제 라인의 생산 능력은 연간 600만 바이알 규모로, 연간 가동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2.61%에 달한다. 보령의 독창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품목들의 수요 증가와 탁소텔의 글로벌 공급 예정 물량을 고려하면 대규모 신규 설비 증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보령의 LBA 전략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LBA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임상 현장에서 높은 브랜드 로열티를 유지하는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과 제조권 등 제반 권리를 통째로 인수하는 전략이다.
보령은 지난 2020년 일라이 릴리로부터 췌장암 치료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 2022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의 국내 권리를 연이어 사들였다.
보령은 이들 오리지널 제품의 기술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전량 예산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를 마쳤다. 수입 완제품을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원가율은 크게 낮아졌으며, 이는 회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보령은 예산공장의 EU-GMP 무균 생산 인프라를 무기로 LBA 품목의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이미 대만 제약사 로터스(Lotus)와 알림타의 독점 CDMO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동남아시아 7개국에 공급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대형 기업들이 항체 의약품이나 유전자 치료제 증설에 집중하면서 생산 시설 기준이 까다로운 세포독성 항암제의 수탁 생산 공백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필수 항암제 공급망이 갈수록 헐거워지는 가운데, 예산공장 항암주사제 라인의 선제적인 설비 구축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보령이 항암제 허브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보령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는 일찍이 확보해 둔 견고한 재무 유동성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평가다.
보령은 지난 2016년 경기도 군포의 옛 안양공장 부지를 1004억 원에 매각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예산공장 신축 및 대형 항암 품목 인수에 끊임없이 수혈해 오며 선순환 투자 고리를 완성했다.
새로운 항암주사제동의 준공과 최첨단 설비의 가동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오리지널 제약사로서 보령의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내 역할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예산공장의 대규모 인프라 확충은 단순한 생산 라인 증설을 넘어 보령이 내수 중심 제약사에서 벗어나 글로벌 항암제 전초기지로 도약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다. LBA 전략으로 확보한 오리지널 품목의 내재화와 이를 지렛대 삼은 글로벌 CDMO 영토 확장이 항암제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