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난치암 치료제의 개발과 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평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전이성 췌장암 치료 후보물질 '다락손라십(daraxonrasib)'에 대해 단계적 심사(phased review)에 착수하면서, 혁신 항암제의 신속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Revolution Medicines은 7일(현지시간)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자사의 RAS(ON) 다중 선택적 억제제 '다락손라십(RMC-6236)'에 대한 단계적 심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단계적 심사(phased review)는 의약품 허가 신청 전 확보되는 자료를 순차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모든 자료가 완성된 이후 한 번에 검토하는 기존 절차보다 신속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다락손라십'은 췌장암 적응증과 관련해 EMA의 '암 치료제 패스파인더(Cancer Medicines Pathfinder·유망 항암제의 개발과 허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서 고우선순위(high priority)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다락손라십'은 RAS 단백질의 활성 상태인 RAS(ON)과 하위 신호 전달체계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특정 변이 하나만 겨냥하는 기존 접근과 달리, 다양한 RAS 변이를 폭넓게 억제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RAS는 암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핵심 신호 단백질군으로, 특히 췌장암·대장암·비소세포폐암 등 주요 난치성 고형암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그동안 RAS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약물로 직접 조절하기 어려운 '난공불락 표적(undruggable target)'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KRAS G12C 억제제와 범RAS 억제제 개발을 통해 새로운 표적치료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EMA 단계적 심사의 배경에는 '다락손라십'의 임상 3상 RASolute 302 연구 결과가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췌관선암(PDA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연구에서 '다락손라십'은 기존 세포독성 화학항암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등 주요 지표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회사 측은 "치료 관련 통증 악화 지연, 전반적인 건강 상태 및 삶의 질 유지 측면에서도 화학항암요법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락손라십의 작용 기전 개념도]
본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한 것으로, 난치성 암을 유발하는 RAS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 치료제인 '다락손라십(RMC-6236)'이 어떻게 차단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좌측: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복잡한 RAS 신호 네트워크(RAS(ON) Pathway Network)가 붉고 주황색의 얽힌 실타래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중앙 및 우측: 다락손라십 분자들(파란색 구체)이 세포막을 통과해 진입하여 RAS 경로의 핵심 노드에 결합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 결합으로 인해 과도했던 신호 네트워크가 분해되고 차단된다.
*최종 결과: 경로 차단 이후, 종양 세포의 구조가 와해되고 정상 세포의 질서정연한 패턴으로 회복되는 과정(Suppressed Tumor Growth & Restored Cell Function)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약물의 항암 효과와 신기능 회복 가능성을 강조했다.(우측 하단 확대도는 다락손라십 분자가 활성 RAS 단백질(RAS(ON))에 직접 결합하는 분자 수준의 상호작용을 구체화한 것이다.)미국에서도 '다락손라십'의 신속한 개발과 심사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와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았으며, FDA 커미셔너 국가 우선순위 바우처(National Priority Voucher) 시범 프로그램 대상에도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국가적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치료제의 개발과 심사를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로, FDA 역시 난치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규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다락손라십'은 아직 허가 전 단계의 임상 개발 물질이며,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EMA와 FDA 등 규제기관의 최종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히 하나의 항암 후보물질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 높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가진 암 치료제 개발에서 임상·규제 절차를 동시에 단축하려는 글로벌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레볼루션 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은 어떤 회사인가?
레볼루션 메디신은 정밀 종양학(Precision Oncology)에 기반한 표적항암제 개발에 집중하는 미국 임상 단계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회사는 암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RAS 신호전달 경로를 직접 겨냥하는 저분자 치료제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RAS 변이는 췌장암, 비소세포폐암(NSCLC), 대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발견되지만, 오랫동안 효과적인 표적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돼 왔다.
Revolution Medicines는 활성화된 RAS 단백질(RAS(ON))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표 파이프라인으로는 범(汎)RAS 억제제 '다락손라십(daraxonrasib·RMC-6236)'과 KRAS G12D 선택적 억제제 '졸돈라시브(zoldonrasib·RMC-9805)' 등이 있다.
'다락손라십'은 전이성 췌장암 대상 임상 3상에서 기존 화학항암요법 대비 생존기간 개선 가능성을 보이며 주목받았고, 현재 미국 FDA와 EMA에서 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핵심 분야: 정밀 종양학
*전문 영역: RAS 변이 표적 저분자 항암제
*주요 개발 분야: 췌장암·비소세포폐암·대장암
*상장: 나스닥(Nasdaq: RV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