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주[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항암 치료의 주역으로 부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는 모양새다.
최근 주목받은 약물은 미국 MSD(Merck)의 ADC 후보물질 'MK-2870(SKB264, sacituzumab tirumotecan·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이다.
'MK-2870'는 지난 5월 27일(현지 시간) 발표된 3상 임상시험(시험명: OptiTROP-Lung05)에서 PD-1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단독요법 대비 우수한 유효성을 입증하며 차세대 항암제로서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구 결과 'MK-2870'+'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키트루다'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무려 65%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MSD는 이를 두고 'MK-2870'가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의 새로운 치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MK-2870'는 암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Trop-2 인자에 국소적으로 세포독성 약물을 전달하는 기전이다. 당초 중국 켈룬(Kelun)이 개발하던 ADC 후보물질로, MSD는 지난 2022년 5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화권을 제외한 전 세계 독점 권한을 확보한 바 있다.
ADC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 는 ADC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약물이다.
'엔허투'는 HER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링커로 연결된 세포독성 약물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엔허투'는 지난해 12월 '퍼제타(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pertuzumab)'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는 해당 적응증에서 10년 만에 나온 첫 신규 치료제다.
'DESTINY-Breast09' 임상 3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엔허투+퍼제타' 병용요법은 기존 표준 치료 요법인 'THP(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도세탁셀)'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3년 이상을 기록하며, 2년 수준인 기존 요법 대비 유의미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했다.
ADC를 향한 업계의 기대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그간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으며 꾸준히 개발되어 왔으나, '엔허투'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는 드물었다.
예컨대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 ▲'파드셉(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enfortumab vedotin)' ▲'애드세트리스(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brentuximab vedotin)' 등 현재 상용화된 ADC의 매출 추정치는 품목에 따라 최대 50억 달러(한화 약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약물은 블록버스터로서의 잠재력은 입증했으나 차세대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동안 유일하게 '엔허투'만이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최고 매출 추정액 150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를 상회,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MK-2870'의 이번 임상 결과가 유독 업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는 'MK-2870'의 최고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엔허투'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현재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수많은 ADC 후보물질이 각축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엔허투'가 개척한 길을 따라 'MK-2870'과 같은 강력한 대항마들이 등장하며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싸움을 넘어, ADC가 면역항암제와 공존하며 암 치료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양한 ADC 후보물질들의 연이은 임상 성과를 통해, 암 정복을 향한 제약업계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