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그동안 2차 이상 항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던 항체약물접합체(ADC)가 1차 치료제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트로웨이(Datroway, 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potamab deruxtecan)를 PD-1 발현이 낮아 PD-1/PD-L1 억제제(면역항암제) 투여 대상에서 제외된 예후가 좋지 않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제로 승인한 것은 글로벌 ADC 시장의 무게중심이 1차 치료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ADC의 1차 치료 진입 여부는 더 이상 새로운 논점이 아니다. 글로벌 개발 경쟁이 1차 치료, 병용요법, 생존지표 개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ADC 업계의 파이프라인 경쟁력과 임상 단계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파이프라인 늘었지만 대부분 '초기 임상' … 견고한 선도 약물 벽 넘어야
국내 업계의 글로벌 1차 치료제 시장 진입 준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DC를 차세대 동력으로 삼고 항체(Antibody)·링커(Linker)·페이로드(Payload) 기술 확보에 나서며 파이프라인을 늘려왔지만, 대부분 전임상이나 상업화 임상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차 치료를 타깃으로 임상 3상 단계에서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직접 입증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현재 국내 임상 진척도가 가장 뚜렷한 분야는 유방암 표적 ADC 개발이다. 국내 파이프라인 가운데 HER2 표적 유방암 영역은 데이터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Ligachem Biosciences)의 파트너사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는 HER2 ADC 후보물질 LCB14의 글로벌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통해 일정 수준의 항종양 활성과 반응률을 확인했다. 하지만 표준치료제와 직접 비교 임상을 벌이는 글로벌 경쟁 약물들의 현황을 고려하면, 아직은 유효성을 탐색하는 단계에 가깝다.
진입 장벽도 높다. HER2 영역은 이미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TROP2 영역 역시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와 다트로웨이 등 선발 약물들이 안착했다.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하려면 단순히 해당 표적을 겨냥한다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약물 투여 환자에서의 반응, 독성 부담 최소화, 병용 요법의 타당성 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폐암 영역의 경우,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부재가 더욱 뚜렷하다. 글로벌 TROP2 ADC 후보들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3상 데이터를 도출하고 있다. 환자 규모가 큰 폐암 시장에서 1차 치료제 진입은 상업적 가치와 직결된다.
이와 달리, 국내 파이프라인 중 폐암 1차 치료를 직접 겨냥해 후기 임상 성과를 낸 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기존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이 굳건히 자리 잡은 폐암 1차 치료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초기부터 정교한 병용 전략이 요구된다.
고형암 신규 표적 발굴·혈액암 전임상 … 유효성 입증 과제
다양한 고형암을 타깃으로는 B7-H3, ITGB6 등 신규 표적을 겨냥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인투셀(IntoCell)의 B7-H3 ADC 'ITC-6146RO'는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피노바이오는 고형암 과발현 표적인 ITGB6를 타깃으로 한 'PBX-004'를 개발 중이다. 이는 치열한 기존 표적 경쟁을 우회하는 틈새 전략이지만, 새로운 표적인 만큼 정상조직 내 독성 통제, 안정적 발현율 확인, 최적의 적응증 발굴 등 임상적 유효성을 자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혈액암 영역은 아직 전임상 단계 중심이다. 리가켐바이오가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발표한 BCMA 표적 ADC 데이터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투셀이 공동 개발 중인 'SBE303' 모두 비임상 수준이다.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은 CAR-T와 이중항체 치료제가 이미 경쟁을 벌이고 있어, 비임상 효능만으로 상업적 시장 판도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파이프라인 전략 전환 필요 … 생존지표·병용요법 중심 정교한 임상 설계 필수
국내 ADC 업계의 플랫폼 기술력은 고도화되고 있으나, 글로벌 1차 치료 경쟁을 감당할 후기 임상 성과물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의 개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전략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 트렌드를 분석하면, 단순 적응증 확장을 넘어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타깃 환자군을 세분화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또한, 평가 지표 역시 초기 객관적 반응률(ORR) 중심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및 전체생존기간(OS) 등 실질적인 생존지표 확보로 임상 설계의 축이 이동한 상태다. 특히 1차 치료제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임상 초기 단계부터 기존 표준 치료제와의 병용 임상(Combination trial)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요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가오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를 기점으로 글로벌 ADC 시장의 1차 치료제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플랫폼 기술 확보 및 초기 임상 단계를 넘어, 특정 암종에서의 병용 요법 유효성을 실제 후기 임상 데이터로 입증해야 하는 본격적인 상업화 검증 단계에 직면했다.
특히 선발 주자들이 구축한 1차 치료제 시장의 진입 장벽과 천문학적인 후기 임상 비용을 고려할 때, 독자적인 임상 추진 외에도 우수한 초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 및 전략적 기술수출(License-out) 등 현실적인 상업화 경로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술 확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 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떠한 파이프라인 효율화 전략을 제시할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