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 접합체가 항암 1차 치료 옵션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항체-약물 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가 후속 치료 옵션을 넘어 항암 1차 치료(first-line)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가고 있다.
FDA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의 ADC 유방암 치료제 '다트로웨이(Datroway, 성분명: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potamab deruxtecan-dlnk)'를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TNB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초기 치료 단계에서 TROP2 표적 ADC가 승인을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적응 대상은 PD-1/PD-L1 억제제 투여가 적절하지 않은 환자다.
임상 데이터, 화학요법 압도 … 생존기간 2년 가까이 연장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은 TROPION-Breast02 3상이다. 이 연구에서 '다트로웨이'는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 객관적 반응률(ORR) 모두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에 따르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다트로웨이'군이 10.8개월, 항암화학요법군이 5.6개월이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나타내는 위험비(HR)는 0.57로, 다트로웨이 투여군의 진행·사망 위험이 43% 낮았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23.7개월과 18.7개월로 집계됐고, 객관적 반응률은 64%와 30%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이 수치는 예후가 불량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 영역에서 ADC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확실한 생존 이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
초기 ADC, 약물방출·독성 문제 등으로 사용범위 제한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payload)을 링커(linker)로 연결한 치료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고 연결된 약물이 암세포 내부 또는 주변에서 작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이 정상세포까지 광범위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초기 ADC는 링커 안정성과 약물 방출 조절, 정상조직 독성 문제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 왔다.
최근 흐름은 다르다. 링커 기술과 페이로드 설계가 정교해지고, 표적 항원 선택과 환자 선별 전략이 동반 고도화되면서 ADC의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trastuzumab deruxtecan)'가 HER2 양성 유방암을 넘어 HER2 저발현 유방암 영역까지 적응증을 확장한 것은 ADC가 항암 치료 지형 자체를 바꿔 놓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TROP2 표적 ADC 경쟁, 1차 치료 영역으로 확장
여기에 이번 다트로웨이 승인까지 더해지며 TROP2 표적 ADC의 1차 치료 영역 진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TROP2는 여러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표적 단백질로,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도 주요 ADC 개발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미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는 후속 치료 영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고, 올해 들어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일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 옵션으로 반영됐다.
TROP2 ADC 경쟁이 후속 치료 시장을 넘어 환자가 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1차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PD-1/PD-L1 억제제 투여가 적절하지 않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군은 그동안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는데, 이 영역에서 '다트로웨이'가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 이점을 제시하며 FDA 승인을 획득한 것은 향후 치료 전략 재편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대목이다.
1차 치료는 항암제 시장에서 임상적·상업적 의미가 가장 크다. 환자 규모가 가장 크고, 의료진이 치료 전략을 처음 설계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후속 치료에서 사용되는 약물은 앞선 치료 실패 이후에야 기회가 주어지지만, 1차 치료 약물은 환자 치료 여정의 출발점에 놓이게 된다. ADC가 이 지점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당 약물군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과 글로벌 개발 전략이 동시에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안착 관건은 독성 관리와 장기 생존 데이터 입증
다만 ADC의 1차 치료 진입이 곧바로 시장 장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차 치료 영역에서는 단순 반응률보다 장기 생존과 삶의 질, 독성 관리, 병용 가능성,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이 모두 중요한 평가 잣대로 작용한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은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이질성이 큰 암종인 만큼, 특정 ADC가 어떤 환자군에서 가장 큰 임상적 이득을 주는지 입증하는 후속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병용 전략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DC 단독요법을 넘어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등과의 병용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옵션은 아니다. 반응률 한계와 내성 문제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ADC와 면역항암제를 결합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ADC 경쟁력은 특정 후보물질 하나의 가능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장기 생존 데이터 확보와 독성 관리, 병용 전략,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그리고 여러 암종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생산성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단일 약물보다 반복적으로 ADC 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과 조합 전략에 무게를 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트로웨이'의 이번 FDA 승인은 ADC가 제한적 후속 치료제에서 주요 항암 치료 전략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달 29일 개막하는 미국임상종양학회 2026 연례회의(ASCO 2026)는 이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건의 후속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니카와 다이이찌산쿄는 이번에 '다트로웨이'의 승인 근거가 된 TROPION-Breast02 3상의 추가 효능 데이터를 구두 발표(Oral Abstract #1002)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를 겨냥한 '엔허투'와 '퍼투주맙' 병용 3상(DESTINY-Breast09)의 후속 분석 결과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