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정[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국산 31호 신약인 유한양행의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inib)'가 다시 한 번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높였다.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Janssen)에 기술수출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 아미반타맙·amivantamab) 병용요법이 비전형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군에서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 41.0개월을 기록했다. 기존 표준 치료 옵션 지오트립(Giotrif, 성분명 : 아파티닙·afatinib)의 과거 승인 근거가 됐던 임상 결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렉라자의 후속 적응증 확장 논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21일(현지시간) ASCO 2026 연례학술대회(5월 29일~6월 2일, 시카고) 주요 초록을 공개했다. 얀센이 진행 중인 임상 1/1b상 'CHRYSALIS-2'(임상시험번호 NCT04077463) 코호트 C 업데이트가 폐암 구두발표 세션에 포함됐다. 초록 번호는 8501이다. 국내 개발 신약이 글로벌 1차 치료제 시장 안착을 넘어,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비전형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까지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체생존기간 41개월 확인 ... '지오트립' 성적 크게 웃돌아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생존 데이터다. 데이터 마감 시점은 2025년 10월 31일. 치료 경험이 없는 비전형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49명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41.0개월로 발표됐다.
95% 신뢰구간은 27.7개월에서 상한값을 추정할 수 없는 범위였다. 신뢰구간 상한이 잡히지 않을 만큼 생존 환자 비중이 높았다는 의미다. 추적관찰 중앙값은 31.3개월이다. 3년 생존율 55%, 4년 생존율 46%다.
비전형 EGFR 변이는 그동안 항함 표적치료의 사각지대였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0~15%를 차지하지만, 흔히 알려진 엑손19 결손(exon 19 deletion)이나 L858R 변이와 달리 환자 수가 적고 변이 유형도 다양해 대규모 임상 개발이 어려웠다. 같은 비전형 변이로 묶이더라도 G719X, S768I, L861Q 등 세부 변이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달라 치료 전략을 표준화하기 어려웠다.
현재 비전형 EGFR 변이의 대표 치료제는 '지오트립'이다. '지오트립'은 LUX-Lung 2·3·6 사후 통합분석을 토대로 G719X, S768I, L861Q 등 주요 비전형 EGFR 변이 환자군에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9.4개월에 불과했다.
단일군 임상 한계 있지만 희귀 변이 특성상 강력한 허가 근거 작동
물론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는 무작위 대조 임상이 아니라 단일군 코호트 결과이며 환자 수도 49명으로 제한적이라는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비전형 EGFR 변이처럼 대규모 비교 임상이 어려운 영역에서는 장기 생존 데이터 자체가 허가 전략의 핵심 근거로 작동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공개된 바 있는 동일 임상 코호트C 분석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비전형 EGFR 변이 환자군에서 객관적반응률(ORR) 52%를 보였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 ORR 57%, 이전 치료 경험 환자군 48%였다. 이 데이터가 "종양이 줄어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면 이번 결과는 "환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ORR은 최초 승인과 나라별 급여 체계 진입, 실제 처방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초기 신호다. 그러나 치료제의 무게를 달리 만드는 지표는 장기 생존 데이터다.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영역에서 그 중요함은 더 커진다.
투약 기간 3년 넘긴 장기 반응자 확인 ... 안전성 신호도 안정적
장기 반응의 지속성도 확인됐다. 데이터 마감 시점 기준 49명 중 10명은 여전히 1차 치료를 유지 중이었다. 이 가운데 6명은 확인된 반응자, 4명은 안정병변(SD) 상태다. 특히 7명은 병용요법 투여 기간이 3년을 넘겼다. 치료를 중단한 28명 가운데 71%는 후속 치료로 넘어갔고, 55%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새 신호가 없었다. 장기 추적에서도 기존 CHRYSALIS-2 보고와 일관된 안전성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이 더해지면 장기 치료 과정의 투약 부담도 줄어든다.
유한양행 잔여 마일스톤 기대감 고조 ... 후속 허가 명분 확보
개발사 유한양행 입장에서 남은 마일스톤은 약 6억5000만 달러.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추가 적응증 승인과 매출 달성 조건에 연동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OS 데이터가 곧바로 마일스톤 수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얀센이 비전형 EGFR 변이 적응증에 대한 보충신약허가신청(sBLA)을 추진할지, FDA가 이를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적응증 확장 논의에 필요한 임상적 근거가 두터워졌다는 사실이다. ORR 중심의 초기 데이터에 장기 생존 데이터가 더해지면서, 얀센의 후속 허가 전략 추진의 명분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