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수익성 저하로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던 의약품들이 일부 제약사의 공급 유지 및 품목 인수 결정으로 수급 불안정을 피하게 됐다. 약가 인하와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강화 등 원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의약품 공급이라는 제약산업의 공익적 목적을 우선한 결과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돈 안 돼도 포기 못 해' … 현장 지키는 제약사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최근 자사 항암제 품목인 '벨바스틴주(성분명: 빈블라스틴)'와 '디티아이주200mg(성분명: 다카르바진)'의 공급 재개를 결정했다.
벨바스틴주는 림프종, 디티아이주는 악성흑색종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두 품목 모두 낮은 약가와 한정된 수요로 인해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 오는 7월 31일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동일 성분 및 제형의 대체 약품이 없어 발생할 수 있는 의료 현장의 공급 공백을 고려해 기존 생산 중단 계획을 철회했다.
타사의 저수익 품목을 인수한 사례도 확인됐다. 삼진제약은 최근 일동제약이 생산하던 소아 급성 경련 및 중환자 진정 목적의 주사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의 품목 양수 및 기술이전 절차를 완료했다.
아티반 주사제는 대체약이 전무한 퇴장방지의약품이다. 기존 공급사인 일동제약은 원료 수급의 어려움과 무균 의약품 GMP 규정 강화에 따른 설비 투자 부담 등으로 생산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삼진제약은 필수 응급 치료제의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변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허가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일동제약의 잔여 재고를 통해 의료 현장에 제품이 정상 공급된다.
한미약품은 원가 부담으로 생산을 멈췄던 좌약 형태의 해열진통제 '복합써스펜좌약'의 공급을 재개했다. 해당 품목은 경구용 약물 복용이 어려운 소아 및 노인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이나, 채산성 악화로 생산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한미약품은 환자 치료 목적을 최우선으로 두고, 국내 유일의 좌약 수탁생산 업체인 HLB제약과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공급 정상화를 결정했다.
◇ 원가 상승·규제 강화 묶인 약가 … '구조적 한계' 봉착
제약사들이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고정된 약가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생산 원가 간의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퇴장방지의약품 원가 보전 기준은 생산 내역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료의약품(API)의 실시간 가격 급등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맹점을 지닌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 이후 주사제 등 무균제제에 대한 GMP 기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하면서, 제약사들의 고정비 부담이 대폭 증가했다. 기존 공조 시설 교체 및 정기적인 적격성 평가 수행 등 설비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제조원가와 시설 유지 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 약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기조에 따라 동결되거나 실거래가 조사 등을 통해 오히려 인하되는 구조다. 특수 제형이나 무균 설비가 필요한 다빈도 저가 의약품 라인을 가동할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가 제약사들의 가장 큰 경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선의에 의존한 공급망 유지는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필수·퇴장방지의약품의 채산성 악화 구조를 개선하고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