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립선암 치료의 고질적 난제인 약물 내성 기전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분자 표적 전략이 제시되면서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전립선암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과도한 발현 인해 유발된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호르몬 생성을 차단하는 안드로겐 억제제를 투약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내성을 획득하며 약물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체내 남성 호르몬 농도가 거세 수준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른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mCRPC는 현재 표적 항암제,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제한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mCRPC 진단 후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2~3년 내외이며, 5년 생존율은 30% 미만에 머물러 있어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질환으로 분류된다.
◇변종 수용체 생성으로 기존 치료제 무력화
현재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는 '엑스탄디(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 등은 안드로겐 수용체의 리간드 결합 도메인(LBD)에 결합하여 암 성장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문제는 암세포가 진화 과정에서 이 결합 부위(LBD) 자체를 제거하거나 구조를 변형시킨 변종 수용체(AR-V7 등)를 생성한다는 점이다. 단백질 구조가 유동적으로 변함에 따라 기존 억제제가 결합할 표적 자체가 사라지게 되어 치료 효능이 상실되는 내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무구조 영역 공략하는 혁신적 후보 물질 식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 연구팀은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만 개의 화합물을 분석하는 고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정해진 구조 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안드로겐 수용체의 전사활성 도메인(TAD) 내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틈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화합물 분자를 식별해냈다.
이 과정에서 표면 플라스몬 공명(SPR)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PR은 분자 간 결합 시 발생하는 미세한 질량 및 에너지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로, 유동성이 강한 단백질 부위에 어떤 후보 물질이 가장 높은 결합 친화력을 보이는지 정밀하게 측정해냈다. 이는 사실상 공략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무구조 영역(IDR)에서 약물 결합 지점을 찾아낸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전립선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기전도. (왼쪽) 표준 치료제인 안드로겐 억제제가 수용체의 LBD 부위에 결합해 암 성장을 차단하는 모습. (가운데) 암세포가 진화해 LBD 부위에 변이가 생기거나 해당 부위가 아예 사라져 기존 약물이 듣지 않는 내성 발생 과정. (오른쪽) UBC 연구팀이 발견한 새로운 돌파구로, 구조가 유연한 TAD 영역의 미세 틈을 공략해 내성 암세포의 성장을 다시 억제하는 차세대 치료 전략을 시각화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내성 암세포 성장 억제 유효성 확인
연구팀이 선별된 후보 물질을 실제 전립선암 세포주와 동물 모델에 투여한 결과, 표준 치료제 투여군 대비 내성 암세포의 성장을 현저하게 억제하는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UBC 연구진은 "그동안 치료 대안이 부족했던 내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실질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시그널 전달 및 표적 치료(Nature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