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세계 최초의 유전성 난청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시장에 등장했다. 특히 이번 치료제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어서 의료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 시간), 국가우선심사바우처(CNPV) 프로그램에 따라 유전성 난청 치료를 위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오타르메니(Otarmeni, 성분명: 룬소토젠 파벡-cwha·lunsotogene parvec-cwha)'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이 약물은 이중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 벡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OTOF 유전자 변이 환자 대상 … 청력 회복 효과 입증
'오타르메니'는 OTOF 유전자의 이중 대립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중증 및 심도 난청을 가진 소아 및 성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OTOF 유전자 변이는 유전성 비증후군성 난청 사례의 2~8%를 차지하며, 이 변이가 있는 환자는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오토페를린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해 청력에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
이번 승인은 10개월에서 16세 사이의 소아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환자 중 80%에서 괄목할 만한 청력 개선이 나타났으며, 이는 치료 없이 자연 경과를 보이는 환자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다.
'오타르메니'는 기능성 OTOF 유전자를 내이 유모세포에 직접 전달해 오토페를린 생성을 유도하고 청각 신호 전달을 회복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주사기와 카테터가 포함된 전용 투여 키트를 통해 와우에 외과적으로 1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치료제의 작용 기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리제네론의 '오타르메니'는 결함이 있는 OTOF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여 청각 신호 전달을 회복시킨다. (사진=리제네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FDA 역사상 가장 빠른 승인 기록 … 61일 만에 허가
이번 승인은 FDA 역사상 가장 빠른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 승인 기록과 동률을 이룰 만큼 신속하게 진행됐다. 리제네론이 BLA를 제출한 지 불과 61일 만에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획기적인 연구 결과와 FDA 국장의 CNPV 시범 프로그램이 시너지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오타르메니'는 해당 프로그램 하에서 승인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트럼프 '최혜국 약가인하' 협약 … 미국 환자 무료 공급
승인 소식과 함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가 최혜국(MFN) 약가인하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이번에 허가된 희귀 유전성 난청 치료제 '오타르메니'는 미국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리제네론의 기존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프랄런트(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alirocumab)' 가격도 537달러에서 225달러로 절반 이상 인하된다.
리제네론은 이번 협약의 일환으로 오는 2029년까지 미국 내 연구개발(R&D) 및 제조 분야에 2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행정부, 주요 17개 제약사와 MFN 협약 완료
이번 리제네론과의 협약 체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했던 주요 17개 제약사와의 최혜국 약가인하 협약이 모두 마무리됐다.
참여를 확정한 기업은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EMD세로노(EMD Serono),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암젠(Amgen),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제넨텍(Genentech),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GSK(GlaxoSmithKline), 머크(Merck), 노바티스(Novartis), 사노피(Sanofi),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애브비(Abbvie), 그리고 리제네론 등이다.
이들 17개 기업은 미국 브랜드 의약품 시장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미국 내 약가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5년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약가를 선진국 최저가 수준으로 맞추는 MFN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으며, 올해 2월에는 환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약을 구매할 수 있는 'TrumpRx.gov' 사이트를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