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공단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타도시 주민에 비해 호흡기질환 치료제 소비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코리아뉴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효분류군 심사실적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울산 남구와 강원도 원주시 주민의 약물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다.
본지는 계절에 따른 대기 오염 물질이 약물 처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중 대기 정체가 가장 심한 1월(겨울)과 공기 순환이 비교적 원활한 7월(여름)의 진해거담제 및 항히스타민제 처방량을 비교했다.
◇겨울철 대기 정체와 약물 처방의 상관관계
그 결과 분지 지형 특성상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원주시의 1월 진해거담제 처방량은 434만 796개로, 7월(189만 4684개) 대비 129.1% 더 많았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 남구 역시 1월 처방량(439만 3397개)이 7월(193만 3612개)보다 127.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울산 남구(약 31만 명)의 인구가 원주(약 36만 명)보다 5만 명이나 적음에도 전체 처방 수량은 오히려 원주시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이를 인당 월평균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울산 남구 주민은 1월 한 달간 인당 14.1개를 처방받아, 원주(12.0개)보다 약 2.1개 더 많은 약물을 복용했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지표면에 가라앉는 겨울철에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진이 주민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봄철 꽃가루보다 매서운 '겨울 산단 분진'
알레르기 비염이나 결막염은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4월)에 급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부 자극에 의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항히스타민제 처방량은 인체가 대기 중 오염원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다.
강원도 내 최대 도시인 원주시의 경우, 항히스타민제 처방은 1월 182만 8445개에서 4월 181만 5520개로 연초부터 봄철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울산 남구의 1월 항히스타민제 처방량은 235만 8426개로, 꽃가루 피크 시즌인 4월(220만 6882개)보다 오히려 6.8% 더 많았다. 인구가 5만 명이나 더 많은 원주시보다도 약 53만 개나 더 많은 수치(1월 기준)다.
울산 남구 주민들은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봄보다 대기 정체가 심한 한겨울에 알레르기 약을 더 많이 찾은 셈이다. 이는 차가운 공기에 갇힌 산업단지의 미세 분진이 주민들의 호흡기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를 청정 지역인 강원도 인제군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도드라진다. 봄철 꽃가루가 정점인 4월, 인제군 주민은 인당 항히스타민제를 평균 3.08개 처방받은 반면, 울산 남구 주민은 알레르기 유발 요인이 가장 적은 7월에도 평균 4.23개를 처방받았다. 산업단지 주민들은 청정 지역 주민들이 일 년 중 가장 고통받는 시기보다 더 많은 알레르기 약을 한여름 평시에도 복용하고 있는 것이다.
거주 지역의 대기 환경은 주민이 부담하는 약값과 병원 이용료 등 보건 비용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공기 질의 차이가 건강 불평등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